마트노동자들 "대타가 없어 휴가도 없다"

무더위에 '마트 피서객'도 생기지만 노동자들은 휴가 쓰기에 진땀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자료사진)
무더위에 시원한 대형마트을 '동네 피서지'로 찾는 고객들이 늘면서 정작 마트노동자들은 여름휴가 한번 내려면 진땀을 흘려야 한다.

요즘 대형마트는 장을 보는 곳일 뿐 아니라 식사나 휴식, 여가의 장소이기도 해 밤낮없이 주민들이 몰려든다는 게 마트 노동자들의 말이다.

이렇다보니, 정작 마트노동자들에게 여름철 휴가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 없다고 한다.


법적으로 연차가 보장되지만 대체인력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다보니 "미안해서, 눈치보여서 못간다"는 것이다.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박모(59)씨는 딱 2박 3일 휴가를 계획했다. 금요일 단 하루만 쉬고 주말 이틀을 낀 일정이다.

박씨는 "함께 일하는 인원이 몇 안 되다 보니 제가 쉬면 다른 사람 일이 돼버려서 맘 편히 '쭉' 쉬기는 어렵더라"고 했다.

같은 마트에서 일하는 강모(49)씨도 "여름에 피서처럼 마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그러면 매출과는 상관없이 정리할 것들이 늘어나 일이 많아진다"며 "한명만 쉬어도 나머지 사람들이 부담이다"고 말했다.

'서로 돌아가며 5일씩 휴가를 가고, 일을 나누기로 하면 어떻겠냐'고 하자, 마트노동자 이모(44)씨는 "어쨌거나 하루 이틀도 아닌 일주일 동안 결원이 생기는 건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했다.

마트 내 입점업체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하루 휴가도 참 어려운 결정이라고 한다. 칫솔 판촉을 한다는 김모(42)씨는 '여름휴가'란 말에 "그런 게 어딨느냐"고 했다.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11시까지 꽉 채워서 일하는데, 평상시에도 혼자서 한다"며 "대체인력은 당연히 없다"는 것이다.

역시 입점업체에서 육류를 판매하는 장모(58)씨는 "휴가는 꿈만 같은 일"이라고 했다.

그래도 휴가를 가야 한다면, "따로 아르바이트까지 뽑아서 세워두고 떠난다"고 한다.

'대타 없이 여름휴가는 없다'는 게 불문율인 셈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이성종 정책실장은 "제조업 사업장은 대기업들이 휴가철에 들어서면 하청업체도 함께 휴가에 들어가는 경향이 있지만, 마트 노동자와 같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겐 여름휴가의 개념 자체가 부실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적어도 사나흘 정도는 다녀와야 여름휴가라고 할 만할 텐데, 거의 1년 내내 문을 여는 영업장 특성상 업무 부담이 고스란히 동료들에게 돌아가버리니 많은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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