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한치 앞도 못보는 IPTV 사업추진

KT D&P방식 셋톱박스로 IPTV 실시간 방송 시청불가

KT
IPTV 선도기업을 자임하는 KT가 IPTV 실시간방송 도입시기를 잘못 예측하는 바람에 수백억 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KT는 지난해 7월부터 메가TV VOD 상용화 서비스를 실시하며 중소업체인 A사(社)와 셋톱박스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증권거래소 공시자료에 따르면 KT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6개월동안 A사로부터 공급받은 셋톱박스는 전체가입자 80만의 절반을 넘는 42만 여대로 금액으로 780억 원치에 이른다.

◈ 실시간방송 시청 불가능한 셋톱박스 대거 도입, 설치

문제는 A사가 제공한 셋톱박스는 D&P(Download&Play) 방식으로 VOD 다시보기만 가능한 사양이다.

때문에 오는 10월부터 상용화되는 IPTV 실시간방송을 보기 위해서는 셋톱박스를 VOD는 물론 실시간 방송 시청(스트리밍)까지 가능한 사양으로 모두 교체해야 한다.

A사 관계자는 "현재 스트리밍 방식까지 가능한 셋톱박스를 출시하고 있지만 이전에 공급한 D&P방식 셋톱박스는 현재로서는 하드웨어를 교체해야 되는걸로 알고있다"고 밝혔다.

KT는 현재 "셋톱박스 자체를 교체할 필요없이 소프트웨어만 중앙에서 원격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KT관계자는 "연초부터 이 문제를 혁신과제로 삼아 개발을 진행중"이라며 "올 연말까지 기술개발을 끝낸다는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 기술적으로 해결한다지만 당장이 문제

하지만 당장 다음달부터 IPTV 실시간 방송이 시작돼 시청자가 실시간 방송을 원할 경우에는 15~20만원에 달하는 셋톱박스를 교체해 줘야한다.


IPTV 가입자 입장에서는 실시간방송 시청이 불가능하면 따로 케이블방송에 가입해 실시간 방송을 시청해야한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가입자가 IPTV의 실시간방송을 원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해 KT 관계자는 "기술개발까지 최대한 공백기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무료로 교체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KT관계자는 "기존 셋톱박스를 회수해 스트리밍방식이 가능하도록 개조해 다시 내보내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이미 쓴 셋톱박스를 개조해서 쓰는 비용과 새 셋톱박스를 들여오는 비용을 평가해서 정책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한 관계자는 "실시간방송 얘기가 나온게 언제인데, 아직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으면 추후에도 해결이 쉽지 않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결국 IPTV 선도기업을 자임하는 KT가 한치 앞도 못 내다보고 사업을 추진해 셋톱박스 교체비용으로만 수백억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 셈이다.

여기다 현재 D&P 방식의 셋톱박스를 보급받은 가입자 가운데 이같은 기술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있는 가입자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실시간방송이 시작된 뒤 메가TV에 대한 민원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 근시안 사업추진이 문제…메가TV 민원 속출할 듯

상황이 이렇게 된것은 가입자 유치에만 혈안이 돼 IPTV 실시간방송 도입시기와 기술적인 문제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KT는 올들어 IPTV의 실시간 방송이 본격 추진될 가능성이 큰데도 불구하고 지난 1월에만 300억원치가 넘는 D&P방식 셋톱박스를 도입하는 근시안적인 행태를 보였다.

이는 1월초만 하더라도 메가TV 가입자가 32만 명에 그쳐 이미 가입자 80만을 돌파했던 하나TV에 대항해 공격적인 영업을 하기위해 우선 물량대기가 급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IPTV 성공의 전제조건이 실시간방송인데 곧 실시간방송이 실현될 것이라는 예측이 충분히 가능한 시점에서 수백억원을 들여 곧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는 장비를 들여온다는게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경쟁사인 SK브로드밴드(舊 하나로텔레콤)의 경우 셋톱박스 도입 당시부터 실시간방송을 염두해 두고 납품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셋톱박스 교체없이 소프트웨어 원격 업그레이드만으로도 실시간 방송 시청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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