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일(북측)-유은총(포스코에너지) 조와 이상수(국군체육부대)-전지희(포스코에너지)의 16강전이 큰 관심을 모았다. 단일팀과 국내 복식조가 사상 처음으로 맞붙은 대결인 까닭이다.
때문에 이날 두 복식조의 벤치에는 남북 지도자 누구도 앉지 않았다. 안재형 한국 여자 대표팀 감독은 "국제대회에서 같은 나라 선수끼리 붙으면 어느 쪽에도 유리함을 주지 않기 위해 벤치에 아무도 앉지 않는다"면서 "이번에도 같은 나라는 아니지만 단일팀과 우리 선수의 대결이라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최일-유은총 조는 이번 대회 개막 이틀 전에 결정된 팀. 아무래도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메달을 노리는 이상수(세계 랭킹 7위)-전지희(세계 30위) 조에는 열세가 예상됐다.
그럼에도 최일-유은총 조는 17일 예선에서 스페인 조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탔다. 이날 경기에서도 한국 혼복 에이스들을 맞아 선전을 펼쳤다.
첫 세트를 5 대 11로 내준 최일-유은총 조는 2세트를 11 대 9로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를 7 대 11로 내줬지만 4세트 듀스를 이루며 접전을 이어갔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역시 이상수-전지희 조가 강했다. 11 대 11에서 잇따라 점수를 따내며 13 대 11로 경기를 마무리, 8강에 진출했다.
승부는 갈렸지만 패자는 없었다. 두 복식조는 경기 후 함께 서로를 격려했다. 기념 촬영을 하면서 단일팀의 우의를 다졌다.
이어 "최일과 처음에는 서먹했지만 이제는 농담도 하며 친해졌다"면서 "경기 때 듀스 상황에서 최일이 뜬공 처리를 하지 못해서 '너 때문에 세트를 못 따내서 때려주겠다'고 하니까 아무 말이 없더라"고 웃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우정은 깊어졌다. 유은총은 "경기가 끝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면서 "이번에는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사진은 인화해서 선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