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밀 병기' 깜짝 우승, 그러나 소감도 비밀이네

'사상 첫 코리아오픈 北 우승' 북한의 차세대 에이스 함유성이 18일 코리아오픈 21세 이하 남자 단식 결승에서 정상에 오른 뒤 상패와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대전=대한탁구협회)
북한 남자 탁구 대표팀 19살 신예 함유성이 첫 출전한 코리아오픈에서 21세 이하 남자 단식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코리아오픈 사상 첫 북한 선수의 정상 등극이다.

함유성은 18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 투어 플래티넘 '신한금융 2018 코리아오픈' 21세 이하 남자 단식 결승에서 삼베 고헤이(일본)을 3 대 1(11-9 10-12 11-6 11-7)로 제압했다.

2001년부터 이어온 코리아오픈에서 첫 우승을 이룬 북한 선수가 됐다. 북한 탁구 대표팀은 올해 처음 코리아오픈에 나섰다.

특히 함유성은 일본의 강호들을 잇따라 꺾으면서 북한의 차세대 에이스임을 입증했다. 8강에서 함유성은 세계 4위 키즈쿠리 유토를 3 대 1로 꺾는 등 4번 연속 일본의 차세대 주자들을 눌렀다.


사실 함유성은 2016년 평양오픈 21세 이하 남자 단식 준결승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연령을 통틀어 남자 단식 세계 랭킹도 580위 권일 정도로 국제 무대에서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함유성은 북한이 키우는 '비밀 병기'였다. 강문수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은 이날 결승전을 보면서 "북한탁구협회 주정철 서기장이 함유성이 북한 내에서는 선배들을 자주 압도하고 있다고 하더라"면서 "북한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함유성이 18일 코리아오픈 21세 이하 남자 단식 결승에서 강력한 백핸드를 선보이고 있다.(대전=대한탁구협회)
함유성은 이번 대회 남자 단식 본선에도 진출했다. 17일 예선에서 박강현(22·삼성생명)과 이번 대회 첫 남북 대결에서 이긴 함유성은 세계 54위 알바로 로블레스(스페인)에 4 대 3 역전승을 거두고 본선행을 확정했다. 21세 이하 단식 결승에 바로 앞선 경기였다.

본선 진출의 여세가 우승의 기운으로 이어진 셈이다. 함유성은 삼베와 1세트를 접전 끝에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도 8 대 3까지 앞서며 순항하는 듯했다. 그러나 날카로운 백핸드를 앞세운 삼베에 잇딴 추격을 허용하고, 9 대 8로 앞선 가운데 범실이 3개나 쏟아져 결국 듀스 끝에 동세트를 허용했다.

자칫 무너질 수 있는 상황. 그러나 함유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강력한 공격을 앞세워 3세트를 따냈고, 맞드라이브에서도 상대를 압도하며 승리를 확정했다. 함유성은 우승 뒤 열띤 응원을 펼쳐준 대전 통일응원단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북한 선수단이 관전한 맞은 편 관중석에도 올라가 기쁨을 나눴다.

시상식에서도 상패와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었다. 함유성과 북한 선수단 전체도 관중석에서 플로어로 내려와 기념촬영을 했다.

'해냈다' 북한 탁구 선수단이 18일 코리아오픈 21세 이하 남자 단식에서 함유성이 우승하자 플로어로 내려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대전=대한탁구협회)
다만 함유성은 값진 우승을 거뒀음에도 취재진의 질문에는 침묵했다. 만면에 미소를 띠었지만 소감을 묻자 입으로만 우물거릴 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 북한 선수단은 일체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있다. 주 서기장만 15일 입국 때 "반갑습니다"와 16일 첫 훈련을 마친 뒤 "좋았습니다, 만족합니다" 등 짧게 한 마디를 했을 뿐이다. 17일 유은총(포스코에너지)과 혼합 복식 예선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쓴 최일도 경기 후 선수단과 빠르게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선수들끼리는 스스럼 없이 지내고 나누고 있다. 김송이와 여자 복식을 이룬 서효원(한국마사회)는 "내가 남북한을 통틀어 맏언니인데 송이는 거의 친구처럼 대하고 있다"면서 "내가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면 '언니는 머리가 딱딱하다'고 핀잔을 준다"고 대화 내용을 들려주기도 했다.

대한탁구협회 관계자는 "선수와 지도자들은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면서 "그러나 취재진의 인터뷰 응대 여부는 협회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대회 입상을 하면 ITTF 공식 인터뷰가 있는데 그때는 말문을 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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