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 여왕' 현정화가 본 '女복식 단일팀' 가능성

'단일팀의 힘' 서효원(왼쪽)과 함께 남북 여자 복식 단일팀을 이룬 김송이(북측)가 18일 코리아오픈 예선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날리고 있다.(대전=대한탁구협회)
여자 복식 남북 단일팀이 힘차게 발진했다. 서효원(한국마사회)과 김송이(북측)가 뭉친 대표팀은 가볍게 코리아오픈 예선을 통과했다.

서효원-김송이 조는 18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플래티넘 '신한금융 2018 코리아오픈' 예선에서 올가 킴-레지나 킴(우즈베키스탄) 조에 3 대 0(11-4 11-5 11-2) 완승을 거뒀다. 16강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시간이 20분도 채 되지 않았을 만큼 손쉬운 승리였다. 올가 킴-레지나 킴은 고려인 후세로 이 대결은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서효원, 김송이가 손발을 맞춘 시간은 단 이틀. 하지만 한국 여자 선수 중 최고 랭킹(13위)인 서효원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 단식 동메달리스트 김송이에게 우즈베키스탄 조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전문 수비수인 이들은 상대 공격을 여유있게 받아내면서 허를 찌르는 스매싱으로 차곡차곡 점수를 따냈다. 서효원, 김송이는 중간중간 서로를 격려하고 작전을 얘기하며 순조롭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들의 경기를 누구보다 감회가 깊게 바라본 이가 있었다. 바로 1991년 지바세계선수권대회 원조 단일팀으로 여자 단체전 우승을 이끈 현정화 렛츠런 감독이다. 당시 현 감독은 리분희와 막강 복식조를 이뤄 최강 중국을 넘어 감격의 우승을 합작했다. 둘의 사연은 영화 '코리아'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현 감독은 "어제 혼합 복식부터 오늘까지 단일팀 후배들의 경기를 보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고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전날 혼합 복식 예선에서 최일(북측)-유은총(포스코에너지) 조는 스페인 선수들을 상대로 뒤지다가 3 대 2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현 감독은 "올림픽 결승 보는 줄 알았다"며 기뻐했다.

'우리가 원조' 1991년 한국 스포츠 사상 첫 남북 단일팀을 이룬 탁구 대표팀에서 여자 단체전 복식조로 나선 북측 리분희(왼쪽)와 현정화 렛츠런 감독.(자료사진=월간 탁구)
서효원, 김송이는 비록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급하게 복식조를 이뤘지만 향후 국제대회 경쟁력을 갖출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들을 벤치에서 지도한 안재형 여자 대표팀 감독은 "수비수 복식조는 국제무대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다"면서 "서효원, 김송이도 충분히 호흡을 맞춘다면 4강 이상의 성적도 가능하다"고 봤다.

원조 단일팀 여자 복식을 이뤘던 '지바 여왕'의 생각은 어떨까. 현 감독은 일단 신중했다. 현 감독은 "오늘 상대가 너무 약한 게 사실"이라면서 "본선에서 강자들을 만나 어떻게 경기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얼마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현 감독은 "복식에서는 파트너의 성향과 장단점을 얼마나 잘 파악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이것에 따라 누가 공격하고 수비할지 타이밍을 맞추고 작전도 많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함께 호흡을 많이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바세계선수권대회 당시 현 감독은 리분희와 46일 동안 함께 했다. 남북 선수단이 훈련과 대회를 치르면서 하나의 팀으로 거듭났고, 여자 단체전 우승이라는 결실을 얻어낸 것이다. 현 감독은 "이번에는 훈련 기간이 짧아 엄청난 성적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그러나 단일팀과 합동 훈련이 정례화한다면 큰 관심 속에 좋은 결과도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선을 마친 남녀 복식과 혼합 복식 단일팀은 19일부터 열리는 본선에서 비로소 강호들과 만난다. 과연 지바세계선수권대회 선배들의 영광을 재현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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