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팀 혼합 복식조는 17일 밤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신한금융 2018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에서 예선을 통과했다. 먼저 장우진(미래에셋대우)-차효심(북측) 조는 예선 상대인 몽골 선수들이 기권하면서 힘을 들이지 않고 16강에 올랐다.
특히 최일(북측)-유은총(포스코에너지) 조는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스페인의 알바로 로블레스-갈라 드보락 조를 맞아 3 대 2(8-11 11-9 8-11 11-9 13-11) 역전 드라마를 썼다.
이들의 경기는 이번 대회 결성된 네 팀의 단일팀 복식조 중 첫 실전이었다. 같은 시각 경기가 예정된 장우진-차효심 조가 기권승을 거둔 까닭이다. 때문에 최일-유은총 경기에 취재진과 응원단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런 상황이 부담이 됐을까. 최일-유은총은 첫 세트를 8 대 11로 내주며 기선 제압을 당했다. 2세트를 11 대 9로 가져왔지만 3세트를 다시 8 대 11로 내주며 벼랑에 몰렸다.
마지막 5세트가 이날의 백미였다. 유은총이 상대 남자 선수인 로브레스의 공을 받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 실제로 7 대 9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위기에서 단일팀의 위력이 빛났다. 유은총이 잘 버텨주면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9 대 9에 이어 10 대 9 역전까지 일궈냈다. 최일의 범실로 듀스가 되면서 일진일퇴 진땀 승부가 이어졌지만 승부처에서 강한 뒷심을 보였다. 유은총의 예리한 드라이브가 꽂히며 매치 포인트를 따냈고, 최일로 힘있는 드라이브를 선보이며 13 대 11, 대접전의 마침표를 찍었다.
승리가 확정되자 둘은 얼싸안고 대역전 드라마의 짜릿함을 만끽했다. 늦은 시간까지 남아 있던 대전 통일응원단은 커다란 함성으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각본없는 드라마에 한국 탁구의 전설들도 놀랐다. 특히 한국 스포츠 사상 첫 단일팀을 이뤘던 1991년 지바세계선수권대회의 주역들이라 감회가 달랐다.
당시 여자 단체전 우승을 이끈 현정화 렛츠런 감독은 "정말 재미있게 봤다"면서 "마치 올림픽 결승인 줄 알았다"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어 "너무 일방적인 응원이 펼쳐져 상대 선수들에게 약간 미안할 정도"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유남규 삼성생명 여자팀 감독도 "훈련량이 적어 최일과 유은총이 초반에 고전했지만 경기를 하면서 기량을 100% 펼쳐 고비를 넘겼다"고 평가했다. 이어 "27년 전 단일팀의 합동 훈련과 대회가 떠올랐다"면서 "당시는 선수로 지금은 지도자로 단일팀을 봤는데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단일팀을 이룬다면 탁구 인기도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후 최일은 북한 선수단과 함께 빠르게 체육관을 빠져 나간 가운데 유은총이 벅찬 소감을 밝혔다. 유은총은 "승리 확정 뒤 최일과 포옹을 하는데 가슴 안에서 뭐가 올라오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면서 "1등은 아니지만 마치 1등한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교롭게도 최일-유은총은 16강전에서 이상수(국군체육부대)-전지희(포스코에너지) 조와 맞붙는다. 이상수-전지희는 오는 8월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대표팀의 메달 기대주들이다. 과연 단일팀이 또 한번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