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위 클릭·시간차 꼼수로 해외결제 취소금 34억 챙겼다 덜미

아프리카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에서 취소 대금과 결제 대금 시차 이용
수익금으로 외제차, 마약 구매
경찰 "금융기관 결제시스템 허점 개선…이제는 불가능"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해외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에서 취소 대금과 결제 대금이 들어오는 시차를 이용해 국내 금융기관에서 34억원을 빼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총책 최모(33)씨 등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통장 모집책과 제공자 등 31명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모집책으로부터 제공받은 시중은행 계좌 71개와 체크카드 136개로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에서 매입과 취소를 반복해 모두 34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아프리카 세이셸 공화국에 위치한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에서 한 번에 300만원에서 500만원 상당의 코인이나 선물을 구입한 뒤 취소를 초 단위로 반복했다.


해당 사이트에서 3일에서 5일 뒤에 거래 데이터를 국내 은행으로 보내면, 은행은 취소한 금액을 한꺼번에 입금해 주고 8시간 뒤에 결제 대금을 빼 가는 걸 알고 저지른 범행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서울 시흥·경기 파주·충남 천안 등지 여관에서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초 단위로 매입과 취소를 반복해 계좌당 적게는 1천만원에서 많게는 5억원 상당을 챙겼다.

이들은 오전에 취소대금이 입금된 걸 확인하고 결제대금이 나가기 전에 은행에서 바로 찾아갔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수익금으로 마세라티를 사고 마약 사는 데만 8천만원을 썼다"고 진술했다.

검거 현장에서 횡설수설하는 최씨를 수상히 여긴 경찰은 그가 인근 하수구에서 감춰둔 20g 상당의 필로폰을 찾아내기도 했다.

경찰은 "은행이 고객 편의 차원에서 체크카드 고객의 경우 빨리 돈을 입금해 줬던 걸 악용한 것"이라며 "이번 범죄로 금융기관 결제 시스템상의 허점이 개선돼 같은 수법의 범죄는 이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