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입국한 북한 선수들은 남측 선수들과 16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합동 훈련을 소화했다. 오전 다소 굳었던 북한 선수들의 표정은 오후 훈련에서 남측 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등 한결 긴장이 풀렸다.
남북한 선수들의 훈련을 누구보다 감회가 깊게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바로 탁구는 물론 스포츠를 통틀어 사상 처음으로 남북 단일팀을 이뤘던 주역들이다. 1991년 일본 지바세계선수권대회 때 나섰던 한국 탁구의 전설인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50)과 현정화 렛츠런 감독(49), 김택수 남자 대표팀 감독(48)이다.
당시 세 감독은 북한 선수들과 합동 훈련 속에 대회에서 값진 결실을 이뤄냈다. 여자 단체전에서 현 감독과 북측 리분희가 주축이 돼 최강 중국을 넘어 우승을 차지했다. 김 감독이 남자 단식에서 3위에 올라 입상하기도 했다.
27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지난 5월 스웨덴 할름스타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다시 단일팀이 구성됐다. 대회 기간 여자 단체전 단일팀이 깜짝 성사돼 4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도 남녀 복식과 혼합 복식에서 단일팀이 구성돼 출전한다.
단일팀 후배들을 바라보는 원조 단일팀 멤버들의 소회는 어떨까. 이들은 누구보다 단일팀 결성을 반기면서도 향후 남북 탁구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유 감독은 "지바세계선수권 당시 결과가 어떻게 나올 수 있었나"라고 반문하면서 "46일 동안 훈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지금은 단일팀이라고 해도 함께 훈련하는 게 대회 전 고작 하루 이틀뿐"이라면서 "이런데 어떻게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현 감독도 마찬가지다. 현 감독은 특히 부산에서 열리는 2020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 감독은 "지금부터 2020년 단일팀 구성을 목표로 남북 탁구 교류를 확대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서울과 평양을 오가는 교류전을 포함해 남북 합동 훈련을 더 길게 진행한다면 경기력을 높일 수 있다"면서 "탁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2020년 세계선수권의 성공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소 침체된 한국 탁구의 반등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이번 대회는 훈련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다"면서도 "남북이 단일팀을 이룬 만큼 4강 이상의 성적을 올려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결과까지 내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대회에는 남자 복식의 이상수(국군체육부대)-박신혁(북측) 조와 여자 복식의 서효원(렛츠런)-김송이(북측), 혼합 복식의 장우진(미래에셋대우)-차효심(북측), 유은총(포스코에너지)-최일(북측) 조가 나선다.
일단 남자 대표팀 에이스 이상수와 박신혁의 남자 복식에서 메달이 기대된다. 서효원-김송이도 상위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상수는 "어떻게 해서든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고, 서효원도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과연 원조 단일팀을 이뤘던 한국 탁구 전설들의 기운을 후배들이 이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