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선 키 쥔 김병준…한국당, '위기수습' 겨우 첫 발

- 선거 참패 한 달 만에 '참여정부 출신' 비대위원장 내정
- 김성태 "혁신의 대수술 시작"…오늘 전국위서 최종 확정
- 계파갈등 '급 봉합'…배경엔 '상임위 자리' 나눠먹기?

자유한국당이 당 재건의 역할을 맡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지목했다. 혁신 방안을 둘러싼 극심한 계파갈등 끝에 가까스로 위기 수습 국면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한 달여 만이다.

당 내홍이 급속도로 봉합된 배경을 두고는 국회 상임위원회 자리 배분과정에서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과 친박계의 정치적 타협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당 일각에서 나온다.

◇ 돌고 돌아 김병준…"혁신 대수술 시작될 것"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자료사진/황진환 기자)
김 대행은 전날 오후 긴급 기자 간담회를 갖고 김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김 교수를 "참여정부의 정책 혁신을 주도해 온 분"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투철한 현실 인식과 치열한 자기 혁신인 만큼 김 위원장이 혁신 비대위를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북 고령 출신인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과 대통령 정책특별 보좌관을 지냈다. 보수텃밭 TK 출신에 참여정부 핵심인사였다는 강점을 가진 셈이다. 다만 이면에는 탄핵국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인사라는 점에서 친박(親朴) 색채를 띈다는 평가도 있다.


김 대행은 김 교수와의 통화에서 비대위원장 수락 의사를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비대위원장 내정자를 중심으로 변화와 혁신의 대수술이 시작될 것"이라며 "처절하고 통렬한 자기비판과 치열한 내부 논쟁을 통해 당 노선과 전략을 다시 수립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부 화합과 단합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17일 오전 11시 전국위원회를 열어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확정할 방침이다. 그간 김 대행과 비대위 준비위원회는 비대위원장 대국민 공모절차까지 밟아가며 다방면의 인사들과 접촉했다. 정계와는 거리가 멀거나,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당사자들이 줄줄이 고사하는 등의 진통도 겪었다. 결국 후보군 물색 초반에 수락 의사를 내비친 김 교수를 택하면서 '돌고 돌아 김병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 교수는 앞서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의 정책노선에 대한 혁신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는 특히 경제문제와 관련해 "진보는 어찌됐든 간에 상생 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보수는 박정희 시대 때의 경제 성장 이후 그런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성장에만 치중했던 기존 노선에서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교수는 한국당의 핵심 과제로 꼽히는 인적쇄신 문제와 관련해선 "잘못은 모두에게 있다"고 밝혀 비대위의 성격이 '화합·정책형'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고강도 혁신은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되는 차기 지도부의 몫으로 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 '분당설'까지 나왔던 극심한 계파갈등, '급 봉합' 배경은?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윤창원기자
한국당은 최근까지 김 대행의 거취 문제와 비대위의 성격·기간 문제를 놓고 극도의 혼란상을 보였다. 비대위를 추진하는 김 대행의 자격을 두고 친박계가 거세게 반발했고, 이에 김 대행도 정면충돌을 택하면서 몸 싸움 직전까지 가는 등 험악한 기류가 흘렀다.

이 같은 갈등은 지방선거 참패 후 다섯 번째로 열린 전날 의원총회에서 갑작스럽게 봉합됐다. '김병준 비대위원장 지명'이 이뤄지게 된 결정적 계기다. 김 대행은 의총 모두발언에서 "부덕의 소치"라며 고성과 막말이 오간 지난 의총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여전히 김 대행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소수에 그쳤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 대행의 사과가 통했다"거나, "당의 미래를 위해 이심전심 화합을 택한 것"이라는 설명도 있었지만, '기류 반전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역 개발과 예산 배정에 유리한 인기 상임위에 친박계가 배치되는 등 상임위 배분이 전략적으로 이뤄진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엔 이장우·박대출·성일종·정종섭 의원 등 주도적으로 김 대행 등 비박계를 비판해 온 친박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예결위원장도 당초 안상수(전반기)·황영철 의원(후반기)이 번갈아서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친박계 김광림 의원은 "김 대행이 황 의원과도, 저하고도 얘기했다"며 "후반기는 황 의원 또는 저 중에서 (경선을 통해)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의원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 기류 반전에는) 상임위 배정 문제가 작용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며 "더 이상 뭐라고 얘기하기도 부끄럽다. 줄 서는 데 능한 우리당의 DNA 아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당의 미래보다 개인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당의 민낯"이라는 비판이다.

한편 공식 비대위 출범 시기는 위원까지 모두 결정되는 24일 이후가 될 전망이다. 비대위가 본궤도에 오르더라도 아직 비대위 활동 기간과 성격 등에 대한 총의가 모이진 않은 상태여서 다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친박계에선 활동 기간을 최소화 한 '관리형 비대위' 주장이 제기되지만, 비박계에선 정반대의 '혁신형 비대위'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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