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나 카메라에 담긴, 이 프로그램의 배경이기도 한 미국 유타 주 '화성 탐사 연구기지'(MDRS)의 풍광은 경이로움을 자아냈다. 지구라고는 믿기 힘든 그 풍광은 그간 영화에서 재현돼 왔던 화성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인간은 여전히 지구를 모른다'는 겸허한 생각을 하게끔 만든 대목이다. 숭고함마저 느껴지는 공간, 그리고 그곳에 놓인 출연진이 인간으로서 느끼는 심리상태는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핵심 정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이른 저녁 첫 방송된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는 초반 10여분 만에 프로그램이 담고 있는 메시지, 앞으로 할 이야기, 나아갈 방향 등 모든 것을 압축해 보여주는 묘수를 택했다. 이른바 '과학적'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시작과 동시에 제목으로도 빌려 온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이탈리아)를 소개하면서 예능에 과학을 도입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갈릴레오는) 약 500년 전 세상 사람들이 당연하다 여겼던 일들을 과학적 실험으로 반증했다. (중략)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신이 창조한 우주를 부정한 '이단 갈릴레오'. 결국 종교재판을 받게 된 갈릴레오, 재판장을 나오면서 그가 했던 한 마디…, '그래도 지구는 돈다'. 세상의 관념을 깨뜨리는 갈릴레오의 과학적 실험정신."
소개는 다음과 같은 갈릴레오의 의미심장한 말로 끝을 맺는다. "어찌하여 그대는 타인의 보고만 믿고 자기 눈으로 관찰하거나 보려고 하지 않는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지만, 옥석을 골라내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소홀한 현대인들에게도 해당될 법한 일침이다.
◇ "많은 연구 끝에 마침내 화성으로의 이주를 눈앞에 두게 되었는데… "
"에피소드1 '깨어난 우주'. 1969년 7월 20일 인류는 달에 첫 발걸음을 내딛었고, 그 후 인류는 끊임없이 우주를 탐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구 환경의 훼손, 자원고갈로 인류는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를 꿈꾸게 되었고, 많은 연구 끝에 마침내 화성으로의 이주를 눈앞에 두게 되었다. 이에 인류는 화성으로의 이주를 대비해 미국 유타 사막에 화성탐사연구기지(MDRS)를 세우고 화성에서의 인간생존과 우주탐사를 연구하고 있었는데…."
초반 3분가량에 걸친 위 방송 분량은 이 프로그램의 포부를 직접적으로 증언한다. 세상의 관념을 깨뜨리는 갈릴레오의 과학적 실험정신을 토대로,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쌓아 가면서 과학 예능으로서 오랜 생명력을 가져가겠다는 이야기다.
이후 이어지는, 예고편과도 같은 출연진의 MDRS 생활 압축본을 보면 제작진의 포부가 충분히 실현가능하다는 판단을 갖게 만든다. '우리가 하려는 이야기는 충분히 흥미로우니, 믿음을 갖고 앞으로 펼쳐질 화성탐사 여정에 동참하라'는 설득력 있는 권유였다.
합리적인 사고의 초석이 되는 과학.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는 첫 회를 통해 과학 예능이라는 색다른 장르에 대한 호기심을 충분히 길어 올린 모습이다.
예고한 대로 '화성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경이로운 유타 사막의 풍광' '그곳에 첫발을 내딛은 출연진' '화성 환경에 적응해 가기 위한 고된 훈련 과정' '고립된 환경과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변화들'을 이 프로그램이 잘 펼쳐내 주기를 바란다.
경이로운 지구와 인간 존재에 관한 흥미로운 접근·해석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