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씨는 15일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원래 나는 국가정보원의 협력자였고 정보도 가져다줬다"며 "그런데 그 사람들이 나보고 종업원들 데리고 오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한 후 동남아시아에 국정원 아지트로 쓸 수 있는 식당을 하나 차려줄 테니 거기서 종업원들과 같이 식당을 운영하라고 꼬셨다"고 밝혔다.
그는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고 갈등하자 국정원 사람들이 나를 협박했다"며 "종업원들을 데리고 한국에 오지 않으면 내가 그동안 국정원에 협력했던 사실을 북한 대사관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사람들(국정원)이 시키는 대로 했다"고 말했다.
허씨는 아울러 한국에 온 여종업원들도 동남아에서 식당일을 하는 줄 알고 따라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종업원의) 대다수가 동남아에 가서 식당을 영업하는 줄 알고 따라왔다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고서야 (한국으로 가는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주장은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이달 10일 기자회견에서 "(여종업원 중) 일부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로 한국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고 밝힌 것과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허씨는 또 한국에 들어올 때 입국 사실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전혀 얘기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그 사실에 매우 격분했고, 공개하는 바람에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피해를 봤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북한으로 가서 처벌받더라도 고향에 돌아가겠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이 나를 철저하게 이용하고 버렸다"며 "내가 현재 연락을 주고받는 여종업원 일부도 모두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진상규명이 있어야 하고, 진상규명 과정에 지난 정부의 국정원이 나와 여종업원들을 어떻게 철저하게 이용하고 버렸는지에 대해 공개돼야 한다"며 "그런 다음에야 고향으로 돌아가는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허씨는 "이젠 유엔에서도 우리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했다"며 "문재인 정부와 현재의 국정원이 이 문제를 덮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정부는 2016년 4월 중국 저장성 소재 북한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북한 국적 여종업원 12명이 집단 탈북해 국내로 입국했다고 발표했다. 당시는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엿새 앞둔 시점이어서 민변 등 일각에서는 '기획 탈북' 의혹을 제기했으나 정부는 부인했다.
그러나 함께 탈북한 식당 지배인 허강일씨가 지난 5월 10일 한 방송에서 "국정원 직원의 요구에 따라 종업원들을 협박해 함께 탈북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사건 2년여 만에 기획 탈북 의혹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