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는 14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결승에서 연장 끝에 재러드 호잉(한화)을 누르고 홈런킹에 올랐다. 10아웃제로 열린 레이스에서 3 대 3으로 비긴 뒤 3아웃제의 연장에서 호잉이 침묵하자 이대호는 첫 공을 왼쪽 담장으로 넘겨 우승을 확정지었다.
9년 만의 정상 탈환이다. 이대호는 2009년 올스타전에서 홈런 레이스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통산 두 번째 정상이다.
지난해 아쉬움을 털어냈다. 이대호는 지난해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결승에서 한화 윌린 로사리오에 4 대 8로 밀렸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한화 외국인 타자와 맞대결에서 이기며 지난해 준우승을 설욕했다.
이번 홈런 레이스 우승에 이대호는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전날 홈런 레이스 예선에서 이대호는 출전 선수 중 가장 많은 10홈런을 날려 드림 올스타 대표로 뽑혔다.
14일 경기 전 이대호는 "사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출전하지 않으려 했는데 롯데 제 2의 홈 구장이라 나섰다"면서 "하다 보니 결승에까지 올랐는데 지난해 결승에서 지니까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대호는 올스타전 MVP도 포기했다. 역대 올스타전 최다 홈런(4개) 공동 1위인 이대호는 이날 본 경기에서 홈런을 때리면 단독 1위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대호는 "전반기 정규리그 막판 발가락에 공이 맞아 좋지 않다"면서 "홈런 레이스도 있으니 김태형 감독님께 말씀드려 1타석 정도만 뛰고 빠질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스터 올스타는 롯데 후배들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과연 이대호는 이날 두 타석만 뛰고 교체됐다. 5회말 뒤 진행된 홈런 레이스 결승에 나섰다. 대결에 앞서 호잉이 "이대호가 10개 이상 넘길 것 같다"고 예상하자 이대호는 "호잉은 4개를 칠 것"이라는 농담섞인 경계심을 드러냈다.
결국 이대호는 의도대로 홈런 레이스 우승을 차지했다. 배팅볼을 던진 나종덕도 뛸 듯이 기뻐했다. 이대호는 "우승해서 기쁘다"면서도 "많이 치고 싶었는데 너무 더워서 힘이 빠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호잉은 올스타전에서 홈런을 쳐서 MVP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나를 봐준 것 같다"며 겸손함도 잊지 않았다.
이대호는 우승 상금 500만 원과 130만 원 상당의 LG 트롬 건조기를 받았다. 호잉은 준우승 상금 100만 원과 함께 전날 135m 최장 홈런으로 비거리 상품인 110만 원 상당의 다이슨 무선 청소기를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