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장관이 고강도의 국군기무사령부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무사 장성 숫자를 현재 9명에서 2명으로 대폭 줄이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너무 급진적이어서 부작용을 우려한 청와대에 의해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무사 작성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도 송 장관이 기무사 개혁을 밀어부치는 과정에서 공개된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2일 CBS노컷뉴스와의 접촉에서 "송 장관이 기무사 개혁의 일환으로 장성 숫자를 9명에서 2명으로 축소하려고 했지만, 청와대로부터 거부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큰 폭으로 장성 숫자를 줄이려는 송 장관의 계획을 되돌려 보낸 이유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기무사 장성 숫자를 9명에서 2명으로 줄일 경우 80% 가량 감축하는 셈인데 이 경우 기무사 내부의 반발 등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의 여권 핵심 관계자는 "그렇게 (과감하게) 기무 기능을 축소하거나 없애려 하면 되겠나. 그래서 거부 당한 것"이라며 "송 장관이 다소 무리수를 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기무사 개혁과 관련해 방첩,방산보안 등 본연의 업무 영역은 인정해 주되 인원과 권한을 대폭 축소해 운용하는 쪽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가 기무사 개혁을 위해 만든 '기무사 개혁위원회'도 민간인 사찰 등을 전혀 못하게 하되 방첩, 방산보안에 역량을 집중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그러나 송 장관의 기무사 개혁 의지는 확실하다. 그가 기무사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참여정부 시절 합참전략본부장을 지내는 등 현역에 복무할 당시 기무사의 월권과 폐해 등을 절감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이 군에 몸담았던 40여 년의 역사를 봤을 때 기무사를 개혁하가 쉽지 않고, 개편한다고 하면서도 계속 조직을 늘리며 저항해 왔기 때문에 '목숨 걸고'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지난해 3월 16일에 보고한 기무사 문건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은 더 이상 기무사를 이대로 놔둘 수는 없고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는 확신을 더욱 굳히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송 장관에 대한 청와대의 신임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는 2012년 대선 당시부터 국방개혁 의제 등을 놓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해왔던 사이여서 송 장관의 기무사 개혁 의지가 문 대통령에게 상당한 힘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