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전광삼 위원, 회의 보이콧 "심의 원칙 무너져"

공정성·객관성·조롱 및 희화화 관련 심의 기준에 문제제기
"장성민의 시사탱크와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뭐가 다른가"
TV조선 풍계리 보도 심의 영향인지 묻자 "한 예일 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광삼 상임위원이 12일부터 방송 심의 관련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김수정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 이하 방심위)의 전광삼 상임위원이 현재 방심위의 심의 원칙이 무너졌다며 오늘(12일) 방송소위원회부터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단, 광고·통신소위원회는 그대로 참석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 추천의 전 위원은 12일 낮 기자간담회를 열어 "꽤 오랜 시간 고민했다. 오늘 방송소위부터는 들어갈 자신이 없다. 제 나름의 심의 원칙과 기준을 다시 세우지 않고는 심의할 자신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방심위 초기 위원들끼리 합의했던 공정성, 객관성, 조롱·희화화와 관련해 심의 원칙이 무너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 위원은 "4기 방심위 출범 시 가장 큰 모토로 내걸었던 것이 공정함과 따뜻함이었다"며 "적어도 공정성에 대한 부분은 나름대로의 컨센서스(합의)를 갖고 심의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가 밝힌 방심위의 '공정성' 원칙은 △반론이 보장되느냐 △대담·토론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얼마나 중립을 지키느냐 △패널 구성을 얼마나 균형 있게 하느냐 등 3가지였다.


전 위원은 "구체적인 실례를 들자면, 저는 '장성민의 시사탱크'(TV조선, 패널과 진행자의 막말과 편파성 논란으로 2016년 종영)와 '김어준의 블랙하우스'(SBS)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어느 진영을 욕했냐 그것만 다를 뿐이라고 생각한다. 정봉주 씨와 관련된 내용 외에 '블랙하우스'에 대해 법정제재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블랙하우스' 심의 때부터 방심위가 초심을 잃었다고 평가한 전 위원은 "('블랙하우스'는) 어떤 사안에 대해 양쪽이 다 나와서 주장하고 반론을 펼치는 걸 본 적이 없다. 한쪽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더라"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행자가 자기 얘기를 한다. 문제제기를 꾸준히 했지만 반복되더라. 처음에는 권고를 주고 반복되면 법정제재가 불가피하다고 했는데, 반복되고 나서 제재수위도 계속 행정지도(가벼운 수준의 제재, 방송사 재허가 때 불이익 없음)였다"며 "종편은 패널 구성을 가지고 초 단위로 '너희들이 (패널) 균형 있게 하려고 한 노력이 뭐냐'까지 물었다"고 말했다.

전 위원은 "이런 식이면 지상파, 종편, 보도 채널 심의 규정을 다 나눠야 한다. 규정이 하나라면 대상이 되는 걸 똑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지상파를 더 강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상파는 국민의 재산이고, 그걸 얻어 쓰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많은 부분에서 그게 아닌 거로 판단이 되어서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지난 5월 19일 방송된 TV조선 '뉴스 7' 보도. 방심위는 9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위원 다수(6인) 의견으로 법정제재 '주의'(벌점 1점) 의결했다. (사진='뉴스 7' 캡처)
앞서 방심위는 지난 9일 전체회의를 열어 '북한이 사증 명목으로 1인당 1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보도한 5월 19일 'TV조선 뉴스7' 보도에 법정제재 '주의'(벌점 1점)를 의결했다. 전 위원의 '보이콧'이 TV조선 심의 결과에 대한 불만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전 위원은 직접 그 이야기를 꺼내며 "제가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부분의 한 예가 될 수는 있지만, 그것 때문에 이러는 것은 아니다. 제가 TV조선을 봐 줘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저는 서울신문 출신"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은 "(방송 내용이 객관성 위반을 했다고 판단한다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우리가 입증해야 한다. 그게 안 되니까 '불명확한 사실을 보도해 시청자들을 오인케 했다'고 한 것이다. 광고소위에서도 시청자를 오인케 하는 건 제재수위가 높지 않다. 허위사실에 대해서도 법정제재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법원에도 양형 기준이라는 게 있다. 저는 TV조선이기 때문에 이게 (심의 안건으로) 올라온 것 같다, 왜 올라온 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걸 제재한다면 대한민국 뉴스 보도 중 제재 안 당할 보도가 많지 않을 것이다. 관계자 발로 나오는 건 다 제재해야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라는 걸 어떻게 아는가. 취재원을 다 공개하라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강상현 방심위원장, 허미숙 방송소위원장 등과 사전 소통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 위원은 "상의 안 했다. 각자 소신 갖고 하는 거니 사전에 상의하는 게 더 어색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전 위원은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기준과 원칙을 세운 뒤에 (회의에) 들어가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당분간 방송 분야 심의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단, 광고와 통신 심의는 계속하고, 전체회의는 들어가되 방송 심의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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