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소송비 지원, 이건희 사면 기대"…이학수, 자수서 공개

"대통령 지원, 여러 가지 회사에 도움 기대…사면에 도움 됐다고 생각"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 혐의 검찰 입증에 힘 실릴지 주목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삼성이 과거 이명박(77)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 비용을 대납했다는 취지의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자수서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또 이 전 부회장의 피의자신문조서에는 소송비 대납이 이건희 회장 사면에 대한 대가 성격이 있었다는 점도 드러나 이 전 대통령 뇌물 혐의를 주장하는 검찰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검찰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이 전 부회장의 자수서를 공개했다.

이 전 부회장이 지난 2월 검찰에 제출한 자수서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로펌 '에이킨 검프(Akin Gump)'에서 근무하던 김석한 변호사는 1990년대부터 미국 내 삼성 법인의 일을 많이 해줘서 업무 관계로 알고 내왕하던 사이"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김 변호사에게 부탁받고 이 전 대통령의 미국 내 법률문제에 드는 비용을 삼성에서 대신 내도록 한 적 있다"며 "모두 말하고 상응하는 형사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자수서에는 김 변호사가 2008년 하반기나 2009년 초쯤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왔다고 기재돼 있다.

그는 청와대에 가서 이 전 대통령과 김백준 당시 총무비서관을 만나고 왔다면서 "대통령과 관련한 미국 내 소송 등 법률 조력 업무를 에이킨 검프에서 대리하게 됐다. 대통령을 돕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비용을 청와대에서 마련할 수 없고 삼성이 대신 부담해주면 국가적으로도 도움 되고 청와대도 고마워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김 변호사가 청와대에도 이런 제안을 했더니 '이 전 대통령과 김 비서관도 삼성이 그렇게 해주겠다면 좋겠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겼다.

이 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에게 그 내용을 보고드렸더니 '청와대에서 말하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나. 지원하라'고 해서 김석한에게 삼성이 에이킨 검프 소송 비용을 대신 부담하겠다고 했다"며 "이후 실무 책임자를 불러 김석한에게서 요청이 오면 너무 박하게 따지지 말고 잘 도와주라고 지시했다"고 적었다.

이 전 부회장은 "당시에는 지금 행동이 회사와 회장님을 위해 하는 거라 믿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잘못이라 판단해 후회막급"이라고 적었다.

이어 공개된 이 전 부회장 피의자신문조서에 따르면 이 전 부회장이 소송비 대납은 이 회장 사면 대가 성격이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 전 부회장은 "당시 삼성에서 대통령 측 미국 내 법률 비용을 대신 지급하면 여러 가지로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기대를 한 게 사실"이라면서 "삼성이 회장님의 사면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는 청와대에도 당연히 전달됐을 것이다. 저희가 소송 비용을 대신 지급하는 게 나중에 사면에도 조금은 도움 되지 않겠나 기대가진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을 지원하는 게 여러 가지로 회사에 도움을 기대한 것은 맞다"며 "이 회장이 사면된 점에도 도움이 됐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23일 열린 첫 공판에서 "'이건희 회장 사면 대가로 삼성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이라며 검찰이 자신에게 적용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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