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유길(83)씨는 10일 8년여 만에 재개된 제주공항 활주로 4.3 유해발굴 사업의 첫 삽에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4.3 당시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했던 양씨의 작은 오빠는 여동생을 서울로 학교 보내기 위해 제주에 내려왔다가 아무런 이유 없이 군경에 끌려갔다.
나중에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당시 정뜨르 비행장이었던 제주공항 활주로에서 군경으로부터 '빨갱이'로 몰려 총살당해 암매장됐다.
양씨는 이날 제주국제공항 활주로 뫼동산 인근 시굴지점에서 열린 개토제에서 연신 "자신 때문에 오빠가 죽었다"며 자책했다.
양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오빠가 나만 데리러 오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 텐데 못내 한스럽다"며 눈물을 흘렸다.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2차례에 걸친 제주공항 활주로 유해발굴을 통해 모두 388구의 유해가 발견됐다.
그러나 양씨의 작은 오빠는 없었다.
유해 대부분이 서귀포‧대정지역에서 예비검속으로 잡혔다가 희생된 사람들이었다.
현재 이곳에는 양씨의 오빠를 비롯해 북부 예비검속 희생자 수백 명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4.3 당시 작은아버지가 총살돼 활주로에 암매장 당했다는 김병훈(76)씨도 "유해가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돼야 공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당한 분들의 한이 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윤경 4.3희생자유족회장은 이날 추도사를 통해 "부디 이번 발굴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행방불명 희생자의 유해를 차디찬 땅속에서 양지바른 곳으로 모실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4.3평화재단은 이번 개토제를 시작으로 11월까지 유해발굴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유해발굴 대상지는 제주공항 활주로 인근 3곳을 비롯해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북촌리, 서귀포시 대정읍 구억리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