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그는 개봉 전에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유혹을 끝끝내 뿌리치지 못했다. 알 사람은 이미 다 알지만, 그래도 P기자의 정체는 이번에도 숨겼다. (콜록!)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있다. (콜록!) [편집자 주]
#1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개봉 하루 전날이었던 2일 저녁. 영화는 저녁 7시 시작이었다. 이날 오전 그에게 몇 시에 올 건지 물었다. 저녁 6시 전에 오겠다던 그는 5시쯤 내게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님, 저 용산역 OO구역". 그렇다, 영화 시작 2시간 전부터 그의 몸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있었다. 이런 츤데레, 결국 이럴 거면서 그렇게 피해 다니다니.
#2
P기자는 영화를 본 후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매우 흡족한 표정이었다. 총평을 물으니, "1편 '앤트맨'보다 재밌었다"고 했다. 그는 "1편이 기발했던 건 히어로가 크고 작아졌기 때문이다. 2편은 이미 그게 예상되는 상황이었기에 제작진이 이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고민이 많았을 텐데, 그 과제를 잘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3
'앤트맨'은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몸을 자유자재로 개미만큼 줄였다가 키우는 능력을 가진 히어로다. 1편은 작아진 '앤트맨'의 입장에서 지금의 세상을 거대하게 구현해 내, 시각적인면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움을 선사했다. 그렇다면 2편은 몸이 작아졌다 커지는 능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었다는 게 P기자의 해석이다.
#4
모두가 기대하는 것을 기대 이상으로 만드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걸 마블이 또 해냈다. P기자는 주방에서 일어난 격투 씬, 자동차 추격 씬 등을 언급하며, '앤트맨'의 능력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영화로 구현해냈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이러면 3편에서 뭘 보여줄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이다"고 '쓸데없는' 우려를 했다.
#5
P기자가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가장 기대했던 건에 주인공 스콧 랭(앤트맨/폴 러드 분)의 세 친구(P기자는 개그 3인방이라 부른다)이다. 특히 대장 격인 루이스 역(마이클 페냐 분)의 '립싱크 개그'였다. 떠벌이 루이스가 어떤 인물의 입을 빌려 이야기의 이야기를 끝없이 이어나가는 방식의 이 개그는 1편에서도 큰 웃음을 준 요소였다.
P기자는 "이 장면을 어떻게 반영할지가 가장 궁금했는데, '진실의 약'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억지스럽지 않게 만들었다"며 "이 장면이 중간에 들어가면서 '양자역학' 설명으로 자칫 무거워진 극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고 분석했다. 또 P기자는 "개그 3인방 단독 영화가 나오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6
'앤트맨과 와스프'의 큰 줄거리는 양자 세계에 갇힌 행크 핌(마이클 더글라스 분)의 아내이자 호프 반 다인(와스프/엔반젤린 릴리 분)의 엄마인 재닛 반다인(1대 와스프/메셰 파이퍼 분)를 구해내는 내용이다. 빌런으로 고스트(에이바/해나 존-케이먼 분)가 등장하지만 사실 큰 역할은 없다. 그래서 P기자는 영화를 한 마디로 "와스프의 엄마 찾아 삼만 리"라고 정리했다.
#7
사실 이번 영화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등장하지 않아 궁금증을 유발시켰던 앤트맨이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나를 설명해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때문에 '인피니티 워 2'에 대한 '떡밥'이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렇게 예상하는 이유는 언제부턴가 마블 영화는 다음 편의 예고편 격인 징검다리 역할을 해서이다.
P기자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대화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힌트였던 것처럼, 몇몇 영화를 다음 대형 이벤트의 예고편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며 "스토리 자체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영화 '블랙팬서'를 통해 와칸다의 과학 수준을 알려주고, 비전(폴 베타니 분)을 치료하려면 와칸다로 가야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전했다는 것이다. 결국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비전에게서 마인드 스톤을 제거하려면 와칸다로 갈 수밖에 없고, 결국 비전을 지키려는 어벤져스 멤버와 타노스의 결전지가 와칸다가 될 것을 암시했다는 해석이다.
#8
이번 영화에서도 '인피니티 워'에 등장한 타노스의 지구 침공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영화 초반에 시점이 '시빌 워' 사태 이후 2년 뒤쯤이라는 것, 영화 끝 쿠키에서 행크 핌과 와스프 등이 먼지로 사라지는 장면을 보인다. 이를 통해 앤트맨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나오지 않은 이유와 이후 '인피니티 워 2'에서 앤트맨과 양자 세계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만 암시했다는 게 P기자의 설명이다.
#9
그렇다면 P기자는 '인피니티 워 2'가 어떻게 될 거라고 예측하고 있을까. P기자는 일단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고 했다. 하나는 앤트맨이 사라지지 않은 게 5:5의 확률로 운 좋게 살아남은 건지, 아니면 양자 세계에 있어서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인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 후자라면, 타노스를 물리치기 위한 방법이 시공간을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진 양자 세계에 있을 것이다고 했다.
#10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양자 개념을 꽤 공들여 설명하는데, 영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이 개념을 이해하느냐 못 하느냐는 크게 중요치 않다. 다만 멀티버스, 평행우주의 개념은 알아두면 좋다. 쉽게 말해 또 다른 세계인데, 이미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통해 한 차례 나온 개념이다. P기자는 "양자세계가 또 하나의 평행우주임을 보여주었다.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이기에 과거로도 갈 수 있고, 나중에 통합된 세계관을 만들 수도 있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11
복잡한 이야기를 다 빼더라도, 결국 이 영화가 '인피니티 워'의 해결편으로 가는 시발점이 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P기자 "'와스프'의 엄마가 양자 세계에서 진화했다고 말했는데, 양자 세계에 갇힌 앤트맨이 어떤 각성을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유출된 촬영 현장 사진을 보면 어벤져스 원년멤버들의 젊은 시절이 등장한다. 2012년 뉴욕 전투 회상 씬일 수도 있지만 과거로 갈 거라는 추정도 된다"며 "살아남은 토니 스타크가 지구로 돌아오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을 할 거다. 근데 닥터 스트레인지가 없으니 마법으로도 할 수 없다. 결국 해결책은 과학인데, 이를 추적하다 보면 양자 세계에 도달해 행크 핌을 찾으려 할 것이다. 그런데 행크 핌은 이미 사라졌고, 추적 과정에서 양자 세계에 있는 앤트맨을 찾아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물론 그는 "가정입니다"라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그러니 틀려도 뭐….
#12
P기자는 '블랙팬서'에서 농구 장면(트래블링, 팀 하더웨이) 때도 그랬지만, 아무도 웃지 않는 부분에서 혼자 웃는다. 이번에는 영화 엔딩 크레딧, 스콜 랭의 딸 캐시 역의 배우 이름이 '애비 라이더 포트슨'이라는 데에서 웃었다. 이유를 물으니 "애비 라이더, 아빠를 타고 있는 사람이잖아"라고 했다. 캐시는 가택 연금을 당한 아빠 스콧 랭과 집에서 미끄럼틀을 만들어 노는데, 마지막 착지 때 아빠에게 올라타 있다. P기자는 "분명 한국 팬들을 배려한 거다"고 추정했다. 과연….
#13
캐시는 조연이지만 사실 역할이 크다. 아빠 스콧 랭이 무너져 있을 때마다 구해주는 게 바로 캐시이다. P기자는 "1편에서는 양자 세계에 빠져 정신을 잃어가는 캐시의 목소리가 그를 구해준다. 2편에서는 행크와 호프가 갇혔을 때 구하러 가는 것도 캐시의 조언을 받은 뒤이다"고 했다.
또 캐시가 "아빠(앤트맨)에게 파트너가 필요하다며, 그게 자기일 거라고 얘기하는데, 이는 원작 코믹스 팬을 배려한 것이다. 영화에서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캐시는 코믹스에서 영 어벤져스 멤버의 '스태쳐'로 활약한다"고 설명했다.
#14
P기자는 앤트맨을 연기한 폴 러드의 개그 감각에 대해서도 극찬을 표했다. 폴 러드는 미국에서 코믹 배우로 유명하다. P기자는 "그런 그의 장난꾸러기 감성이 영화에도 잘 녹아들어 있다"며 "특히 거대한 몸집으로 변한 폴 러드가 배를 타고 도망치는 악당 소니 버치(월튼 고긴스 역)에게서 작아진 건물을 빼앗은 뒤 손가락으로 퉁 하고 밀친다. 폴 러드스럽다"고 전했다.
#15
이번 '영화 톡'에서는 많이 언급하지 못했지만, 이 영화는 '앤트맨'보다 '와스프'를 위한 영화라는 게 P기자의 해석이다. 일단 마블 영화에서 여자 히어로가 제목으로 등장한 것은 최초이다. 내년 개봉 예정인 캡틴 마블도 있지만, 일단 와스프가 먼저 나왔다. 영화에서 '와스프'의 액션은 '앤트맨'보다 돋보였고, 날개나 블래스터 등 훨씬 더 많은 능력을 뽐냈다. P기자는 "자연스레 새로운 캐릭터를 마블이 또 연착륙시켰다"면서도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성 히어로가 전면에 등장하는 게 의미 있다"고 했다.
#16
마지막으로 뱀발을 덧붙인다. P기자는 "이건 지인이 해준 말인데, '진실의 약'을 빌 포스터 박사가 줬다면 더 재밌었을 거라고 했다"는 말을 남겼다. 빌 포스터 박사를 연기한 배우는 로렌스 피시번이다. 그는 영화 '메트릭스'에서 모피어스로 열연하며, 네오(키아누 리브스 분)에게 빨간약과 파란약을 고르게 한 장본인이다. 이해하는 사람만 웃을 수 있는 농담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