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 문정인>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니, 폼페이오는 진전이 있었다고 그러는데 북한은 '유감이다. 왜 우리한테 일방적 요구만을 하느냐. 강도 같다.' 이 결과 어떻게 보셨어요?
◆ 문정인> 부분적 성과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미국과 북한 사이의 북한 핵 문제를 푸는 방식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보인 것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아마 미국은 아직까지도 일괄 타결이라든가 북한의 선(先)해체를 상당히 요구하는 것 같고. 북한 입장은 점진적 동시교환 원칙에 따라 가자고 하는 데 큰 차이점이 있는 것 같고. 그리고 북한 외무성 성명을 보게 되면 북한의 비핵화 문제하고 한반도 종전 선언, 평화협정 하는 것이 서로 연동이 되게 돼 있는데 미국 측에서 그 부분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는 그런 비판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아직은 미국과 북한 사이 간극이 크다라고 하는 걸 확인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이 극복하지 못할 사항은 아니라고 보고 결국에 워싱턴과 평양 사이에서 차이점을 조금씩 극복해 나갈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런데 워낙 발언이 수위가 세요. 강도 같다. 이런 비판까지 하고 있어서 이게 단순한 협상 전략, 단순한 밀당으로 봐도 되는 겁니까?
◆ 문정인> 그거야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러니까 북측 입장에서는 우리보고 바로 무장 해제시키라고 하는 건데 그거 우리가 어떻게 수용할 수 있냐. 그게 지금 북한 측이 주장하는 것이고 미국 입장에서는 비핵화에 대해서 구체적인 행보를 보이고 성의를 보여야 그래야 우리가 종전 선언을 포함해서 평화 체제로 가는 것을 할 수가 있는 것 아니냐. 거기에는 불가침 조약도 포함이 되는 건데 이런 의견 차이가 양측 간에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건 조금 더 협의를 한번 해 봐야 되겠죠. 우리 정부도 나서서 종전 선언 문제는 가급적 금년 내 채택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가해야 되겠죠.
그러나 이번 그러한 수사가 북미 관계의 끝을 얘기하는 건 아니니까요. 어쨌든 간에 북한 외무성 성명에서도 얘기를 했습니다마는 두 정상이 합의를 해 놓은 사항이니까 어쨌든 간에 밑에 있는 사람들은 그 정상 간 합의를 지켜야 할 어떤 의무가 있겠죠. 그러니까 그런 점에서 희망을 갖고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런데 지금 미국에서 나오는 논평들을 보면 말이죠. 너무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들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문정인> 하여간 지금도 쟁점은 이런 것들입니다. 첫째는 북한은 점진적으로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서 이루어진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그리고 미국은 이런 모든 것들이 일괄 타결이 됐다는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또 (비핵화를) 2년 반 만에 할 것인가. 또는 존 볼턴이 모스크바 가서 한 1년 내에 구체적인 비핵화가 이루어져야 된다고 얘기하는 타임라인, 그 시간표를 어떻게 짜느냐를 이런 문제점들이 있거든요.
그다음에 하나 더 한다면 소위 비핵화의 범주를 어디까지 하느냐. 특히 북한의 핵 과학자, 기술자 이 사람들까지도 완전히 북한 밖으로 내오거나 새로운 직장을 잡도록 도와주는 이거까지 포함하는 거냐. 이런 다양한 쟁점들이 있기 때문에 이게 쉬운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절충점을 찾아야 되겠죠. 그 과정이 빨리 될 수는 없을 거예요.
◇ 김현정> 큰 그림은 맞더라도 하나하나 맞춰야 될 것들이 굉장히 많다는 말씀이에요.
◆ 문정인> 그렇죠.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우리가 비핵화를 한다는 것이 말로만 비핵화를 하는 게 아니고... 북한이 지금 동결은 하고 있거든요. 그러나 지금 미 정보당국 같은 데서는 물질을 만드는 활동이라든가 미사일 엔진을 개발하는 활동은 지금 계속하고 있다는 거거든요.
◇ 김현정> 제가 지금 그거 질문 드리려고 했어요. 미국의 회의론자들이 얘기하는 게 미국 국방정보국(DIA)에서 미국이 여전히 핵 관련 시설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이게 지금 워싱턴포스트 보도 내용이거든요.
◆ 문정인> 그런데 정보 판단은 진실이 아니에요. 그것 역시 검증돼야 하죠. 그래서 미국에서 보통 정보 판단을 내놓을 때는 개별 정보기관의 정보 판단에 의존하기보다는 16개 정보기관들의 관련자들이 만나서 협의해서 그 확률을, 개연성을 계산해내는 거거든요. 그거에 따라서 북한이 추가 은닉 핵시설이 있을 가능성이 90%다, 75%다, 50%다. 이렇게 얘기를 할 수 있는 거거든요.
지금은 미국 국방정보본부가 비교적 정확해요. 그러나 그 역시 검증돼야 되고 그 역시 미국 정보 공동체에서 협의돼서 하나의 정제된 결론이 나와야 할 것이기 때문에 그걸 너무 단정적으로 볼 수 없고요. 하여간 이 과정이 상당히 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유예, 동결을 하고 그다음에 북한이 갖고 있는 핵시설, 물질, 핵탄두, 미사일에 대해서는 신고를 해야 되겠죠. 신고한 것에 대해서 또 사찰을 해야 되겠죠. 사찰도 우리가 원하는 건 임의 사찰이거든요. 우리가 가서 볼 수 있는 건 아무때나 볼 수 있고.
◇ 김현정> 아무때나 들이닥쳐서 아무거나 볼 수 있는 것.
◆ 문정인> 그렇게 하는 게 우리가 원하는 거고 북한은 그거 원하지 않을 것이고. 그것도 이제 해결해야 될 것이고 그리고 그것이 끝나면 검증이 시작되고. 검증은 아주 매서울 겁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지금까지 한 모든 핵미사일 활동에 대한 자료 다 꺼내야 되고 시료 다 꺼내야 되고 이걸 아주 그냥 치밀하게 검증을 해야 되거든요. 그다음에 기본적으로 무엇을 해체할 것인가 결정을 할 것이고 해체의 범주가 설정이 되고 그리고 난 다음에 다시 해체가 제대로 됐는가 안 됐는가. 재검증이 있어야 될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 과정이 그렇게 쉽게 될 수 있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될 수밖에 없는 거죠.
◇ 김현정> 일희일비하면 안 되겠네요.
◆ 문정인> 일희일비할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제일 좋은 건 이거예요. 김정은 위원장이 결단을 내려서 갖고 있는 핵탄두 전부를 반출해서 해체하게 한다거나 그럼 최고의 방법인데. 그러니까 그건 어렵지만 신고라고 하는 것. 신고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사찰이 이루어진 다음에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봅니다.
◇ 김현정> 아까 우리 정부가 올해 안에 종전 선언하도록 노력해야 된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 종전 선언은 정치적인 선언이기 때문에 그렇게 어려운 일 아니고 싱가포르에서도 할 수 있다. 이런 전망까지도 나오지 않았었습니까? 오히려 이게 회담의 변수가 되고 북한이 강하게 미국에다 불평하는 내용이 됐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 문정인> 아마 우리 정부 측에서 4월 27일날 판문점 선언을 채택을 했었을 때 그때 기본적인 구상은 올해 안에 종전 선언을 하고. 그건 북한도 아마 동의를 했겠죠. 그래서 종전 선언을 하게 되면 그만큼 북미 간에 적대적 관계가 해소가 되고 그와 연동되어서 북한의 비핵화도 어떤 속도를 보이는 이런 생각을 했던 거거든요. 그래서 그건 종전 선언은 저는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가능할 거라고 보는데 이번에 미국에서 그 부분에 대해서 성의를 표하지 않았다라고 하는 발언을 북측에서 하는데 그 내용은 조금 더 지켜봐야 되겠습니다마는 그건 조금 예상 외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교수님도 종전 선언 관련해서는 미국이 좀 예상 외였다, 이런 말씀.
◆ 문정인> 그러니까 아마 미국 측에서는 아마 서둘러 비핵화에 방점을 두는 것 같고 북측에서는 동시 교환 원칙에 따라서 비핵화하고 소위 불가침 조약이라든가 종전 선언이라든가 평화조약 같은 거하고 연결시키는 데 역점을 많이 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그걸 영어로 시퀀싱(Sequencing) 이라고 하는데 순서에 있어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 차이가 있는 건 이번에 분명히 드러난 것 같아요. 극복 못 할 건 아니니까 조금 더 지켜보죠. 협상을 해 보도록 하고. 또 한국 정부가 나서서 그 종전 선언 채택 문제는 좀 적극적으로 한국 정부가 나서야 되겠죠.
◇ 김현정> 정말 세부적인 실무 회담에 들어가니까 우리 역할이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중간에서 해야 될 일들이 참 많아 보이는데 지금 우리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역할이 절실하다고 보세요?
◆ 문정인>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 간에 꽉 막혔을 때 물꼬를 뚫는 데 아주 핵심적 역할도 했고 미국과 북한 사이가 다른 입장차를 보였을 때 그것을 거중조정해 주는 조정자 또는 중재자의 역할들을 했고 그다음에 지난번 6월 12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처럼 꼬이고 안 풀렸을 때 그것을 바로잡아서 전진시켜주는 역할도 해 왔거든요. 지금까지 여러 가지를 해 왔습니다. 그러니까 촉진자의 역할, 중재자의 역할 이런 역할들을 해 왔는데 아마 지금 이제 촉진자 역할을 더 많이 해야 되겠죠. 건설적인 대화를 하도록 하고. 그러면서 빨리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작업을 우리 정부가 나서서 해야 되겠죠.
◇ 김현정> 어깨가 더 무거워졌습니다. 연세대학교 문정인 교수, 대통령의 외교안보특보 지금 만나고 있는데요. 정리를 좀 하자면 교수님 보시기에 지금 한반도 문제 크게 볼 때 잘 풀려가고 있는 겁니까?
◆ 문정인> 잘 가고 있죠.
◇ 김현정> 잘 가고 있는. 시원하게 지금 말씀하셨어요. 괜찮다고.
◆ 문정인> 생각을 해 보십시오. 70년 걸린 한반도의 분쟁과 갈등을 정말 몇 달 만에 그렇게 해결할 수 있으면 그건 뭐 하나님의 축복 중 축복이겠죠. 그러니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셔야 될 겁니다. 그러니까 '센토사 선언'이라고 하는 걸 채택을 하는데 그건 총론에 해당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각론의 경우는 우리가 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듭니다. 하여간 북한이 지금 핵미사일 쏴대지 않지 않습니까?
◇ 김현정> 쏘지 않죠. 좀 크게 크게 보면서 생각을 하자, 이런 말씀. 아니, 교수님이 제가 좀 여쭙고 싶었던 게... 이제야 편하게 여쭐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청와대 특보 그만둬라. 이런 얘기들도 언론에서 일각에서 나왔었는데 이때는 어떠셨어요?
◆ 문정인> 그야 때가 되면. 그러니까 제가 대통령께 부담이 되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 스스로 관둬야 되겠죠. 아직은 그때가 아니라고 보고. 그러니까 지금 특보직 하는 거고. 대통령께서 제가 부담이 된다고 그러면 저를 해촉하면 되니까요. 저는 임명직이 아니에요. 위촉직이기 때문에 저를 해촉하시면 되죠. 그런데 저는 아직까지 대통령께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니까 지금 그 직을 하는 거고요.
◇ 김현정> 그렇죠. 대통령이 결정하실 문제인데 왜 그만둬라, 마라. 이거 좀 언짢으셨겠어요.
◆ 문정인> 아니, 그렇게 얘기하시는 분들은 그럴 수도 있겠죠.
◇ 김현정> 아직은 할 일이 많이 있다, 내가. 옆에서 도와드려야 된다. 이런 생각 가지고 계시는 거군요.
◆ 문정인>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사실은 걱정 많이 했었는데 문정인 교수의 큰 그림을 듣고 나니까 안심이 조금 되는 듯하고요. 최근에 책을 한 권 내셨어요. <평화의 규칙>이라는 대담집. 그 안에 보면 "평화는 평화로 준비해야 된다." 이 이야기가 있던데 이것 역시 저에게 울림이 컸습니다. 오늘 아침 여기까지 듣는 것으로 하죠. 문정인 교수님, 고맙습니다.
◆ 문정인>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이자 연세대학교 교수죠. 문정인 교수였습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