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지부와 아시아나 직원연대는 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아시아나항공 노밀(No meal)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2차 문화제'를 열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아시아나 직원과 시민 등 400여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250명)이 모였다. 지난 6일 열린 첫 번째 집회와 비슷한 규모였다.
직원들은 기내식 대란이 정상화됐다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지만, 현장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고 성토했다.
전날 비행을 마치고 집회에 참석했다는 한 객실 승무원은 "어제 비행에서 여권만한 포일에 담겨진 닭가슴살 세 개와 볶음밥이 나왔다"며 "이것이 정상화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이 본사를 방문할 때 승무원들이 의전 이벤트에 동원됐다는 보도와 관련된 폭로도 이어졌다.
한 승무원은 "박 회장이 승무원들 손을 만지며 '기를 받으러 왔다'는 내용이 공개됐다"며 "이 직업, 그리고 회사를 사랑해서 지금까지 버텨왔는데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게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기내식 대란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협력업체 대표 윤모씨의 유가족도 참석해, 직원들의 목소리에 힘을 더했다.
자신이 윤씨의 조카라고 밝힌 여성은 "가족이나 직원들에게 이 사태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삼촌이 왜 돌아가셔야 했는지 원인이 밝혀져야 하고 잘못된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오열했다.
참석자들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1600억 돌려주고 기내식 대란 즉각 해결', '침묵하지 말자' 등의 문구가 쓰인 손팻말과 촛불을 들었다.
곳곳에는 앞서 대한항공 집회에 등장했던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앞서 조양호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던 대한항공 직원들도 자리에 참석해 연대발언을 이어갔다.
이른바 '땅콩회항' 피해자 박창진 사무장은 "저희도 두 달 전에 이 자리에서 똑같은 심경으로 구호를 외쳤다"며 "연대해서 용기를 잃지 말자"고 말했다.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오후 8시쯤부터 '아름다운 아시아나, 직원들이 지켜내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까지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