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금융사, 매년 1조2천억 본국 송금

5년여간 송금액 7조 육박…올 1분기에도 6천억 넘게 보내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사들이 연평균 1조2천억원 상당의 자금을 본국에 송금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금융사는 이익금 대부분을 본국에 보내버리고 사회공헌이나 고용 등 한국의 사회적인 이슈에선 지극히 인색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비판을 사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8일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금융사들은 2013년부터 2018년 1분기까지 5년여간 총 6조7천805억원을 본국에 송금했다.

집계 대상 외국계 금융사는 은행 40개, 증권사 11개, 보험사 28개, 자산운용사 23개 등 100개다.

단, 올해 1분기에 보험사 수치가 빠져 있어 최근 5년여간 실제 총액은 7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계 금융사의 본국 송금액은 2013년 1조257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4년 8천106억원으로 잠시 주춤했다가 2015년 1조5천815억원, 2016년 1조3천382억원, 2017년 1조3천933억원을 기록했다. 연평균으로는 1조2천299억원이었다.

올해 들어선 1분기에만 6천312억원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금액의 절반 남짓에 달했다.

본사 송금액이 많은 업권은 단연 은행권이다. 외국계 은행의 5년여간 송금액은 3조4천587억원으로 전체 송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은행권 중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본국에 가장 많이 송금한 곳은 SC제일은행이다. 5년여간 송금액이 8천788억원에 달한다.

HSBC가 8천302억원으로 2위, 한국씨티가 4천713억원으로 3위, JP모건이 1천628억원으로 4위다.


2015년 6천43억원, 2016년 6천302억원이었던 외국계 은행의 본국 송금액이 올해 1분기에만 4천85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HSBC는 올해 1분 송금액이 2천122억원이었다. 지난해 연간 송금액인 1천101억원의 배에 육박한다.

이는 금융당국의 고배당 자제 요청이 먹히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외국계 은행의 배당 성향은 일반적인 국내 은행의 약 2배 수준이다. 배당금 거의 전액을 본국으로 송금해버리는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5년여간 1조7천358억원을 본사로 송금했다. 외국계 보험사의 최근 5년여간(2018년 1분기 미집계) 본사 송금액은 1조1천945억원,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3천915억원이었다.

외국계 금융사의 본사 송금은 통상 이익금과 전산 이용료 등 위탁수수료, 광고비 등 본점 경비, 상표 이용료, 자문수수료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명목으로 본국에 돈을 보낸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외국계 금융사가 한국을 막대한 현금을 반출하는 사업장으로 활용함에도 한국 사회에 기여는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전국은행연합회가 지난해 발간한 은행사회공헌활동 보고서를 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과 은행연합회를 포함한 21개 금융기관의 순이익 대비 사회공헌활동비 지출 부문에서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국내 점포 90곳을 없앴다. 아직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발생하진 않았으나 당분간 신규 채용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국계 금융사의 본국 송금이 국민 정서에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이런 것을 제도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면서 "이익금 외에 각종 수수료나 사용료 등은 국세청이 상시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수없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전반에서 외국계 금융사의 약탈적 본사 송금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향후 정기국회에서 이익의 일정 부분을 국내에 재투자하거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체계를 마련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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