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뉴스] "난민 심사 확실히!" 찬성측도 반대측도 한 목소리

"콩고 가봤어요? 심사관님은 몰라, 난민법도 몰라"
"한국인 신원조사도 어려운 판에…실질 심사 어려워"
난민신청 만명, 심사관은 28명...하루 한명씩 결정하는 셈
심사관들이 각국 정황 '알아서' 공부해가며 판별해야
"초보적 난민심사, 부족한 인프라…개선점 투성이"

■ 생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FM 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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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의 코너입니다.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오늘도 김정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 속으로 훅 들어가 볼까요?

◆ 김정훈> 제주에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대거 들어온 뒤로 난민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정말 뜨거운데, 반대 목소리도 분명히 존재하죠. 작지도 않은 게 분명한 현실이긴 합니다. 지난 주말엔 난민 반대 집회까지 열렸는데, 그곳의 분위기도 들어보시죠.

[녹취: 예멘난민 반대집회(6월 30일 저녁, 서울 광화문)]
"국민이 먼저다! 난민법 폐지하라! 인도적 지원을 위해 제정된 난민법이 도리어 자국민들의 안보와 안전에 위협이 되는 수단으로 작용하여... 난민법 자체의 폐기를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지금 제주도에 체류 중인 예맨 국적의 난민 신청자 중 극단적 이슬람 원리주의자가 브로커를 통해 취업하러온 가짜 난민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겠습니다? (아니요!)

6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로파출소 앞에서 열린 '난민 반대 반대' 집회. (사진=김정훈 기자)
◇ 김현정> 제주도에 체류중인 난민 신청자 중 가짜 난민 없다는 걸 보장할 수 있겠느냐,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 거네요?

◆ 김정훈> 또 난민보다 자국민 안전이 더 중요하지 않느냐, 이런 말도 하고요. 이런 말씀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닌데, 난민법에 따른 난민 개념에 충실하다면 우려는 상당히 해소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종교나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들, 그래서 상주했던 나라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 원치 않는 이들만이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 김현정> 그런 사람이 난민이거든요.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탄압받고 고문받고, 여기 있다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다른 나라에서 받으면 그게 이제 난민이 되는 거거든요.

◆ 김정훈> 경제적 사정 때문에 우리나라로 오려고 한다, 어떤 선교의 목적으로 입국하려 한다, 이러면 난민이 아닌 거예요. 그 조건들을 충족해야 난민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건데, 문제는 그 난민 심사가 정말 제대로 이뤄지고 있느냐 하는 점이겠죠.

◇ 김현정> 난민에 대해 찬성하는 분들도 이 부분이 확실합니다. 난민심사가 제대로 된다는 전제, 법대로 규정 만들어서 심사 제대로 해서 진짜 난민 걸러내고 그 분들에 대해 수용하면 된다 이런 거잖아요.

◆ 김정훈> 그래서 훅뉴스에선 정말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그 점을 취재해본 건데요. 먼저 한국의 난민 심사 과정을 직접 겪었던 욤비 토나씨의 경험담을 들어보시죠. 토나씨는 콩고 비밀정보국에서 일하다 정권의 비리를 캐냈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고 모국을 탈출했습니다. 그 탈출 경위에 대해 심사 과정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해요.

[녹취: 욤비 토나]
"도망갈 때 콩고 공항으로 도망갔어요? 근데 콩고 에어포트는 버스 역 같아요. 문 없어요. 근데 이 선생님은 몰라. 콩고 에어포트 어떻게 있어, 몰라. 그냥 인천 에어포트 이렇게 있어, 세계 다 똑같애 (이렇게 생각해요). 거짓말쟁이! 이거 진짜 잘못했어요, 이 선생님"

◇ 김현정> '정권에 찍혀 탈출하려는 난민인데, 어떻게 공항에서 버젓이 비행기 탈 수 있었느냐, 당신 난민 아니지?' 이렇게 묻더라는 거예요?

◆ 김정훈> 우리 관점으로 보면 그게 이해가 안되는데, 토나씨에 따르면 콩고 공항 입출국 과정은 그냥 정류장에서 버스 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하네요. 이 사정을 모르면, 박해를 받아 탈출했다는 토나씨의 말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죠. 이렇게 심사관들이 현지 사정, 문화를 전혀 모르다 보니 거짓말쟁이로 몰리기 일쑤였다는 게 토나씨의 말이네요. 결국 6년에 걸친 노력 끝에 지난 2008년 재판을 통해 난민으로 인정을 받기는 했습니다.

◇ 김현정> 그게 10년 전에.

◆ 김정훈> 그새 달라졌을까요? 토나씨는 현재 광주대학교 교수로 있는데, 난민 관련 과목을 가르치면서 재작년 학생들과 함께 실태조사를 해봤다고 해요. 들어보시죠.

[녹취: 욤비 토나]
"학생들 보내서 출입국관리사무소 선생님들 인터뷰 했어요. '출입국 선생님들, 당신은 난민법 읽은 적 있어?' 진짜 7명만. 32명 인터뷰 했어요. 출입국관리사무소, 센터... 난민법 몰라"

◇ 김현정> 난민심사 담당자들 32명을 인터뷰 해봤는데, 난민법을 읽은 사람이 7명이더라? 지금은 수가 조금 늘어나긴 했습니다만 32명 중 7명이 읽었다는 이 현실 생각하면 지금도 그렇게 늘었겠나 의심스럽다는 얘기예요.

◆ 김정훈> 난민 신청자들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난민인권센터'에는, 이런 고충 상담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합니다. 심사관들이 난민 신청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저 내치려 한다는 불만인데요, 난민인권센터 이슬 활동가의 말입니다.

[녹취: 이슬,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면접 심사에서 예, 아니오 이런 식으로 대답하라는 요청을 받은 분들도 있고, 내 얘기를 진심으로 들은 건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고요. 한국의 난민 인정율이 굉장히 낮은 건 난민 신청자들 중에 난민이 아닌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라 제도가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이분들 얘기 들어보면 오히려 진짜 난민이 가짜 난민 취급받아 통고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거네요?

◆ 김정훈> 그런데 심사가 허술하다, 정밀하지 않다고 문제제기하는 건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짜 난민만을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이 부분은 최근 난민 수용 반대 목소리를 내오고 있는 강연재 변호사를 통해 들어보시죠.

[녹취: 강연재 변호사]
"뭘 가지고 어떻게 심사하느냐면... 이분들이 제출하는 서류 갖고 질문하고 답변듣고 이런 식이 다예요. 우리나라 심사가 강제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국내에서 국내 한국인을 상대로 신원조사 해도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 있는 판인데... 그 서류의 진위 여부도, 그 내전하는 나라에다가 확인해달라고 하면 되겠어요? 심사 자체가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게 맞고."

◇ 김현정> 난민에 대해 찬성하는 분들은 진짜 난민이 가짜 난민으로 취급받는 일이 심사에서 더러 생긴다, 이걸 걱정하셨고. 난민에 대해 반대하는 분들은 가짜 난민이 섞여들어올 수 있다, 이걸 걱정하는 거네요.

◆ 김정훈> 실제 며칠 전엔 가짜 난민들을 종교 때문에 박해받는 사람들인 것처럼 꾸며 난민 심사를 도운 변호사와 브로커들이 적발되기도 했는데, 이미 난민 지위를 받은 이들 중에도 이런 가짜 난민이 포함돼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우려가 나오는 거죠.

◇ 김현정> 심사를 못 믿겠다는 거네요.

◆ 김정훈> 또 제주 예멘 난민들을 상대로는 정부가 심사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하니, 더 허술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더라고요.


◇ 김현정> 난민 문제에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난민 심사를 더 정확하게 더 정교하게 더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거예요. 난민 심사는 법무부가 담당하죠? 그쪽도 취재해 보셨어요?

6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로파출소 앞에서 열린 '난민 반대 반대' 집회 (사진=김정훈 기자)
◆ 김정훈> 역부족을 토로하더라고요. 현재 난민심사는 두 단계로 나눠 이뤄지는데 1차 심사엔 28명, 이의제기에 따른 2차 심사는 11명이 담당합니다. 지난해 접수된 난민신청자, 몇 명이었는지 아십니까? 9942명이었거든요. 1차 심사 담당자로 나누면 한 사람이 355건을 처리해야 하는 셈입니다. 단순하게 보면 1년 내내 쉬지 않고 하루에 한 사람씩 난민이냐 아니냐를 가려야 한다는 건데,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 김현정> 그야말로 역부족, 인력 부족이네요.

◆ 김정훈> 또 담당자들은 꾸준히 노하우를 익히는 심사전담요원도 아니고 법무부 안에서 인사 이동에 따라 배치되는 것이거든요.

◇ 김현정> 몇년마다 인사 이동을 하다, 어쩌다 난민심사를 맡게 되는 케이스다?

◆ 김정훈> 네. 게다가 난민 신청자들 주장의 진위를 가리는 별도의 지원부서도 없어서 심사관들이 알아서, 인터넷 검색을 하든 전화를 하든 각 나라의 정황을 파악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법무부 관계자의 말입니다.

[녹취: 법무부 난민 담당 관계자]
"서른 아홉 분들이 개별적인 케이스마다 자기가 공부를 해야 하는 거죠.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와주는 분들이, 전문가들이 도와주시면 좋은데 그게 안 되니까. 저희 심사관들이 면접도 하면서 개별, 그 사람들이 주장하는 나라의 정황까지도 다 공부해 가면서 하는 거죠."

◇ 김현정> 절대 인원이 부족하고, 그마저도 전문성이 떨어지고,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도 부족한 현실이다 보니 '난민에 대해 제대로 심사가 되는 거야' 하는 점을 찬성하는 쪽도 반대하는 쪽도 걱정하는 거네요. 다른 나라는 어떻습니까?

◆ 김정훈> 호주는 외교부와 관련 부처로부터 난민 신청자의 출신국에 대한 정보를 공유받는 시스템을 갖춰놨더라고요. 뉴질랜드도 이민성 산하에 국가조사과가 별도의 정보조사 업무를 맡고 있고, 난민에 관한 도서관까지 설립해 정보를 축적해 놓고 있습니다.

◇ 김현정> 우리는 출신국에 대한 정보를 공유받는 시스템이 전무하다는 거예요?.

◆ 김정훈> 맞습니다. 영국도 개별국가정보팀과 함께 문서위조조사원까지 두고 있고요. 프랑스 역시 각국 정보를 조사하는 부서가 따로 있는데, 그곳 상황은 한국에서 병역 거부자로 있다가 프랑스로 난민 신청을 해 받아들여진 이예다씨의 입을 통해 알아보실까요?

[녹취: 이예다씨, 프랑스 거주 한국난민]
"프랑스 난민 심사국에서 아무리 자기네가 모른다고 해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런 노력이 있는 것 같아요. 알아듣게 설명하지 않으면 니 말을 듣지 않을 거라는 태도를 가진 한국 심사관 입장과는 큰 차이가 있긴 하죠. 감사함을 느끼게 한 부분은, 어딜 가면 무료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어떤 단체가 숙소 제공을 해주는지 그런 소개가 있고."

◇ 김현정> 난민 신청자의 주장을 꼼꼼히 확인하려고 하고, 또 난민 심사 결과가 날 때까지 이 사람들이 탈선하지 않도록 인도적 지원을 체계적으로 한다든지. 체계적이고 관리되고 심사가 된다는 점이잖아요. 물론 난민 수용의 역사가 워낙 다릅니다. 유럽은 워낙 길고, 우리는 이제 시작 단계고. 그렇다는 점을 감안해서 우리도 뭔가 체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말을 하고 싶으신 거죠.

◆ 김정훈> 맞습니다. 우리나라가 지난 2013년 아시아에서 처음 난민법을 마련한 나라이긴 하거든요. 그럼에도, 사실 심사 과정을 비롯한 난민 제도 자체가 걸음마 단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전 한국이민정책학회 회장인, 부산대 공공정책학부 정명주 교수의 말로 들어보시죠.

[녹취: 정명주 부산대 공공정책학부 교수]
"아직 난민정책에 대한 기초를 마련한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뭐를 개선해야 한다고 얘기할 수 있는 측면이 너무 많은 게 사실이에요. 부족한, 난민을 위한 각종 심사 인프라를 서구 여러 나라 이민 국가들에 비춰볼 때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준비해나갈 필요가 있다..."

◇ 김현정> 오해하지 마셔야 할 것이, '심사가 여러가지 허점들이 있기 때문에 난민을 받지 말자, 문을 닫아버리자' 이 얘기는 아니고요.

◆ 김정훈> 그런 말씀이 아니고요. 여러 가지 허점이 있는 것들, 사실입니다. 또 개선돼야 할 부분들이 있는 것이죠. 지금부터라도 더 서둘러서 더 정밀한 준비, 이제 마련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 김현정> 이제 우리 사회가 난민에 대해 정말 본격적으로 고민을 해야 될 이 시점에서, 난민 심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돌아보고. 다시 제대로 확립하고, 그 상황에서 불이익 당하는 사람이 없어야 하고요. 난민으로 심사 과정을 통과하면 우리가 인도적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이웃으로 함께 살 준비를 해야 하겠다, 이런 말씀들을 하시는 거죠?

◆ 김정훈> 그렇습니다.

◇ 김현정> 난민 문제. 여러 가지 토론들이 필요합니다. 어제 정우성씨와의 인터뷰도 그런 과정이었습니다만은, 토론하고 소통하고 우리의 준비 과정을 돌아보고. 이런 다각적인 노력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정훈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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