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첫 평양 1박2일…후속협상 관전포인트는?

신고 및 검증에 초점 맞춰 회담 진행될 듯…국무부 "논의할 사항 많다"

(사진=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트위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6일부터 북한 평양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북미 후속 고위급 회담에 돌입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5일(현지시간) 새벽 2시(한국 오후 3시), 세인트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 편으로 평양으로 출발했다. 알래스카를 경유하는 미 국무장관 전용기가 평양에 도착하는 정확한 시간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미국 현지 매체들은 이날 늦은 오후부터 협상이 시작된다고 전하고 있어서 회담은 오후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이 세 번째 북한 방문이며, 평양에서 1박 2일로 길게 회담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논의할 내용이 이전보다 많아졌다는 뜻이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3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회담에서 논의할 사항이 정말 많다”며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하루 반 동안 회담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하기 전에 미리 일정이 공지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탐색으로 위한 비밀 회담의 성격이 짙었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 열리는 공식 회담이기 때문이다.

◇ 회담상대는 누구?.. 김영철 또는 리용호

이번 회담에서는 북측에서 협상 상대방으로 누가 나올지도 관심사다. 지난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은 후속 고위급 회담 당사자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명시했지만 북한은 ‘고위급’이라고만 했을 뿐 회담 당사자를 거명하지 않았다.

그동안 폼페이오 장관의 협상 상대방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었고, 김 부위원장은 얼마전 회담을 위해 뉴욕과 백악관까지 다녀온 적이 있다.

또 최근 후속 협상을 앞두고 판문점에서 열린 성김 주 필리핀 미 대사와의 회담에서도 김 부위원장이 직접 나섰다. 때문에 이번에도 김영철 부위원장이 협상 상대방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정상회담 후속으로 이뤄지는 공식 회담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측의 외교 수장을 상대하기 위해 북한의 외교 장관 즉 리용호 외무상이 나설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관련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얼마 전에 방송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 뒷 이야기를 전한 적이 있다.

볼턴 보좌관에 따르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같이 사진을 찍자고 제의하면서 ‘당신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북한 내 강경파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 대화하는 것에 반감을 갖고 있는 북한 내 군부 강경파들이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군 출신인 김영철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내세운 것도 이들 강경파들의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기 위한 일환이었다는 관측도 있다.

이에따라 이번에 리용호 외무상이 협상 상대로 나선다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해 북한 내부 강경파들의 반대도 어느정도 정리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어서, 누가 협상 상대방으로 나설지 주목된다.


◇ CVID→FFVD...검증이 관건

한편, 미국이 북한과의 후속협상을 앞두고 비핵화 원칙에 대한 용어를 바꾼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미국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소식을 전하면서 비핵화 원칙으로 ‘최종적이고, 전적으로 검증된 비핵화’라는 뜻의 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라는 용어를 새로 내놨다.

그동안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뜻하는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eclearization) 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후속회담에 앞서 진행한 성 김 대사와의 판문점 회담에서 CVID에 대한 상당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미국도 현실적으로 CVID를 단번에 달성하는게 어렵다는 점을 어느정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그 대신 비핵화의 핵심 요소인 ‘검증’에 집중하기로 미국이 전략을 바꿨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이 스스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핵물질, 핵 시설의 현황을 숨김없이 신고하도록 하고, 이를 어떻게 하나하나 검증해 나갈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 비핵화 시간표, 있나? 없나?

후속협상에서는 회담 의제와 함께 비핵화의 속도, 즉 시간표가 제시될 것인지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단 미국에서는 백악관 국무부가 다소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비핵화, 적어도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등 주요한 무력 해제를 1년 안에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한 반면, 미 국무부는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 측이 협상 전부터 기싸움을 해온 점을 감안하면, 미국은 특정한 시한을 정해놓고 이런 저런 비핵화 조치를 해야 한다며 북한을 대놓고 압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자진 신고하고 또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제시하는 동시에 미국도 북한의 조치에 상응해 체제 보장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하겠다는 정도로 합의할 수 있다면, 대략 언제까지 무장 해제나 해체가 가능할 것이라는 시간표도 대략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북미 양측이 이번 회담에서 어느 수준까지 구체적으로 합의가 가능하냐 하는 것이 비핵화의 속도 또한 좌우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사진=자료사진)
◇ 미국 기자 6명 동행...유해 송환 가능성 시사

이번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길에 미국 매체의 기자 6명도 함께 동행했다고 미 국무부는 밝혔다.

이처럼 언론을 대동하고 방북길에 나선 것은 단순히 회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미국 국민들에게 보여줄 것이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번 2차 방북 때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인 억류자 3명을 데려올 때도 미국 측 기자들이 동행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폼페이오 장관 방북에 맞춰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 유해가 송환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북한이 미사일 제조 시설이나 핵물질 생산시설 등을 증강했다는 미 정보당국의 보고서 내용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백악관과 국무부 모두 이런 회의론을 일축하면서 얼마 전 성김 미 대사와 김영철 북한 부위원장의 판문점 회담이 잘 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때문에 북미 양측이 어느정도 접점을 찾은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어서, 이번 후속 고위급 협상에서 진전된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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