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구 마친 이승현 "우리는 한민족, 北선수들 서울 오면 환영"

5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통일농구경기에서 남측 이승현 선수가 북측 김청일 선수의 돌파를 막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측 선수들이 서울에 온다면 우리가 평양냉면을 대접받는 것처럼 최선을 다해 환영해주고 싶다"

15년만에 재개된 남북통일농구는은 승패를 초월한 화합의 장이었다. 5일 평양 류경 정주영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경기에서 남과 북은 사이좋게 1승씩 주고 받았다. 여자농구에서는 남측이 81대74로 이겼고 남자농구에서는 북측이 82대70 승리를 거뒀다.

남자농구는 1999년(2회)과 2003년 총 세 차례 개최된 남북 농구 교류전에서 북측을 상대로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4전 전패. 하지만 승패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경기로 모두가 웃으며 코트를 떠날 수 있는 무대였다.


허재 감독은 "선수들이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힘들었는데, 비록 졌지만 부상없이 경기를 잘 마쳐 다행"이라며 "아무래도 우리 선수들이 부담을 갖고 경기에 임한 것 같다. 승패를 떠나 남과 북 선수들 모두 좋은 경기를 펼쳐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3년 당시 남측을 대표하는 선수로 평양을 방문했던 허재 감독에게는 한반도 해빙 무드를 계기로 15년만에 다시 통일농구 대회에 참가할 수 있어 감회가 남다르다.

허재 감독은 "15년 만에 평양에 왔고, 15년 전엔 선수로, 지금은 감독으로 이 자리에 섰다. 항상 긴장되는 마음으로 일정을 보낸 것 같다. 가을에 서울에서 북측 선수단을 초청해 경기를 치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때는 이번보다 더 좋은 경기 펼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복무 중인 이승현은 군인 신분임에도 남자농구를 대표해 평양 땅을 밟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KBL의 간판 빅맨 이승현은 남측 선수 중 가장 많은 21점을 올리며 분전했다.

이승현은 통일농구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북측에서 받은 환대를 잊지 않고 남측 땅에서 통일농구가 재개될 때 따뜻하게 맞이해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승현은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쉬움은 접어두고 다음이 있으니까 그때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북측 선수들이 서울에 온다면 우리가 평양냉면을 대접받은 것처럼 최선을 다해 환영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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