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구 분위기 띄우는 박종민 장내아나운서

프로농구 서울 SK의 19년차 베테랑 장내아나운서 박종민씨
방북 전날 극적 합류 "북한식 용어, 선수 이름 말할 때 조심스러워"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 남자 혼합경기에서 ‘평화’팀 허웅(오른쪽)과 '번영'팀 허훈이 심판판정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일 남북통일농구대회 남자 혼합경기가 열린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번영팀 허훈이 돌파를 시도하자 형인 허웅이 앞을 막아섰다. 이 때 장내 아나운서가 "번영팀 6번과 평화팀 9번 선수는 형제입니다"라고 말하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허웅이 허훈을 앞에 두고 드리블을 하자 장내 아나운서는 "누가 형일까요?"라고 말했다. 관중석에선 폭소가 터져나왔다. 딱딱하게 박수만 치던 북측 팬들은 그제야 적극적으로 응원전을 펼쳤다.

자연스럽게 응원 분위기를 주도한 이는 19년 차 KBL 장내 아나운서 박종민씨다. 1999년 장내 아나운서를 시작해 2001년부터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 홈 경기 진행을 전담하고 있다.


박씨의 방북은 극적으로 결정됐다. 박씨는 방북 하루 전인 지난 2일 오후 7시경 대한농구협회로부터 "내일 평양에 가야한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3시간 30분 뒤 방북이 최종 승인됐다.

박씨는 "북측에서 2일 오후 6시 경기를 진행할 장내 아나운서가 필요하다는 팩스를 우리쪽에 보냈다고 하더라. 그 뒤 나한테 전화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준비할 새도 없이 다음날 평양행 군수송기에 올랐다. 당초 통일농구대회에 참가할 대표단 정원이 100명이었지만 박씨가 마지막에 포함되면서 최종 101명이 평양을 찾았다.

서울 SK 나이츠의 박종민 장내 아나운서 (사진 제공=KBL)


낯선 북한식 농구용어를 이해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북한에서는 슛을 투사, 패스는 연락, 덩크슛을 꽂아넣기, 리바운드를 판공잡기라고 부른다.

박씨는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 북한식 용어가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며 "선수 이름을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북측에 김청일이란 선수가 있는데 발음을 하는데 신경쓸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박씨는 "북한 팬들이 즐겁게 경기를 관람한 것 같아 보람을 느꼈다"며 "이런 기회를 누구나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문의 영광이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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