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정식으로 발매한 싱글 단 3장뿐이지만, 사운드 클라우드(계정 : 031_punchnello)에 게재된 많은 작업물들을 들어보면 펀치넬로의 음악적 스펙트럼과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보다 더 잘 확인할 수 있다. 박자감 넘치면서도 안정적인, 그리고 흔하지 않은 보이스톤이 돋보이는 랩으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재능 있는 래퍼인 펀치넬로는 현재 신보 작업에 한창이다. "아마 '새롭다', '충격적이다'는 반응이 나올 거예요". 최근 만난 펀치넬로는 새 앨범에 대해 묻자 이 같이 말하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 "올해 '쇼미더머니777'에는 지원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나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꾸준히 보여주는 데 집중할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모습에선 패기와 자신감이 읽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근황이 궁금하다.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또 여기저기 많이 놀러 다니면서 지내고 있다"
▶가장 최근에 선보인 작업물이 올 초 사운드 클라우드에 공개한 믹스테잎 'at 5:43am'이다. 전곡 모두 분위기가 어둡던데.
"정신적으로 되게 지쳐있을 때 나온 곡들이라서 소리들이 우울하다. 우울한 감정을 담은 일기라고 할까. 집 밖으로 나가기 힘들 정도로 힘들었던 시기였다.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도 있었고 사람들한테 한 번 비춰지고 난 뒤에 오는 일종의 '현자타임'도 왔다"
▶"사람들한테 한 번 비춰졌다"는 건 '쇼미더머니' 얘기인가.
"지난해 '쇼미더머니' 출연 이후로 이유 없이 욕을 많이 먹었다. 가족 팔아서 유명세를 얻으려고 했다는 식의 비난도 받았다. 내가 사람들에게 좋지 않게 비춰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한동안 우울했던 것 같다"
▶본의 아니게 인터뷰 초반부터 우울한 얘기로 빠졌다. 지금은 좀 나아졌나.
"다행히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더라. 또 방송이 끝나고 시간이 좀 많이 지나서 제가 사람들에게 조금 잊혀진 것 같다. 나쁘지만은 않은 일이다.(웃음)"
▶ '쇼미더머니777' 도전 의사는 있나.
"없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전 그냥 새 앨범 작업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게 팬들에게 보답하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출연했을 당시 많이 힘들었나 보다.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냥 기다리는 거면 또 모르겠는데 가사를 까먹을 것 같은 긴장감 속에서 기다려야 하니까 더 힘들더라. 심지어 몇 시간도 아니고 하루 종일 기다렸다가 촬영이 다음 날로 미뤄진 경우도 있었다"
▶지난 시즌에 지원했던 이유는 뭐였나.
"주변에서 나가보라는 권유도 많이 하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제가 선택해서 나간 것이기는 했다. 이런 사람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고, 돈도 벌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까지 힘들 줄이야. (미소).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힘든 순간이었던 것 같다"
▶방송의 힘을 빌리지 않고 활동하기 어려운 시장이 됐는데 걱정은 없나.
"그런 것에 연연하거나 집착하지 않으면 되는 것 같다. 집착하면 결과적으로 안 좋게 변질될 것 같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계속 저만의 것을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준비 중인 새 앨범 얘기를 들려달라.
"오프온오프(offonoff)의 영채널(0channel) 형이 메인 프로듀서를 맡아주고 있다. 6곡 정도가 실린 EP 형태가 될 것 같고, 곡마다 테마는 모두 다를 거다. 가사는 무척 솔직해서 누군가에게는 찔리는 얘기일 수도 있다. 아마 나중에 앨범을 들어보시면 새롭고 충격적이라는 느낌을 받으실 거다. 곡이 거의 다 만들어지긴 했는데 발매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하이그라운드가 사실상 공중분해된 걸로 안다. 소속사가 없는 상황인데 힘든 점은 없다.
"일단 하이그라운드가 이렇게 된 이유와 관련해서는 저도 워낙 갑자기 이야기를 들은 터라 아는 게 별로 없는 상태다. 현재 소속사가 없는 상황이지만 다행히스럽게도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
▶음악 작업은 어디서 하고 있나.
"작업실이 따로 없다. 영채널 형과 같은 동네에 살아서 같이 앨범의 방향성과 곡에 대한 얘기를 자주하는 편이다. 그렇게 얘기를 마친 뒤에는 집에서 혼자 가사를 쓴다"
▶비트를 직접 찍어내고 싶다는 욕심은 없나.
"엄청 많다. 프로듀싱도 하고 싶고, DJ 욕심도 있다. 그런데 아직 랩도 제대로 못하는 지경이라 뭘 더 하겠냐 싶은 상태다. (웃음). 적어도 앨범을 2, 3개쯤 내고 스스로 만족할 만한 음악을 한다고 생각할 때쯤 프로듀싱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클럽 에스키모' 크루원들이 곁에 있어서 든든할 것 같다.
"맞다 제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에서 가장 세련되고 새로운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 같다. 언제 들어도 신선한 노래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라고 할까. 제가 그중에서 제일 어리다보니 배우는 점도 많다. 특히 형들이 음악을 대하는 자세를 보며 많이 배운다. 크루에서 저를 가장 친형처럼 챙겨주는 건 밀릭 형과 영채널 형이다. 제가 모르는 게 많아서 답답할 수도 있는데 지금까지 화 한 번 안 내고 잘 설명해줬다. (미소)."
▶오른 팔에 새긴 타투가 인상적인데.
"'LET THE KIDS STAY RAW', 날 것 그대로 냅두라는 의미인데, 클럽 에스키모 크루의 신조 같은 거다. 정신을 깨워주는 약들이 담긴 약봉지 모양의 타투도 새겼다. 약을 하나하나 새길 때 그동안 잘못한 것들에 대해 반성했고, 동시에 앞으로 좋은 것들만 가지고 가자고 다짐했다"
▶클럽 에스키모 크루 외에 또 어떤 이들과 자주 교류하나.
"'몽구스'라는 동아리 같은 모임이 있다. 우기, 엘로, 리듬파워, 코드 쿤스트 등 재밌는 형들이 속해있다. 말 그대로 정말 동아리 같은 모임이다"
▶'몽구스'에서 펀치넬로의 역할은 뭔가.
"개그 만화를 보면 주인공 뒤에 병풍처럼 서 있는 캐릭터들 있지 않나. 딱 내가 그 역할이다. 주로 리액션을 담당하고 있다"
▶디스코그라피를 살펴봤을 때 이색적이라고 느낀 지점은 핫펠트(예은), 김성규(인피니트)와의 협업이었다.
"연락을 먼저 주셔서 작업한 경우다. 노래들이 좋아서 함께 했었다. 개인적으로 향후 래퍼 이외에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분은 이진아 씨다. 목소리도 좋으시고 가사도 너무 잘 쓰시고 피아노도 잘 치시지 않나. 개인적으로 팬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쯤, 프로듀서 듀플렉스 지(Duplex G) 형이 제 노래를 들어보시고 비트를 하나 주셨고, 그 비트에 랩을 녹음해서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렸다. '널(null)'이라는 곡이었는데, 밀릭 형이 좋게 들었다며 연락을 주셨고 클럽 에스키모에 들어 오라는 제안을 해주셨다. 그렇게 크루에 들어가게 된 이후부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다. 또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응 프리스타일'에 참여한 뒤 사람들 기억 속에 많이 남은 것 같다. 딘 형이 모 행사 오프닝 무대에 설 기회를 주셨는데 그 무대 이후에 관심을 가져 주신 분들이 더 많아지기도 했다"
▶언제부터 힙합 음악을 좋아했나.
"초등학생 때부터 힙합 음악이 좋았다. 뭔가 자유로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직접 가사를 쓰고 그 안에 하고 싶은 말을 담아서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뭔가 웃기게 들릴 수도 있는데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쯤 '이제 나도 나이를 먹었으니 성숙해질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가사를 써보기 시작했다. 그때 헤드셋에 달려있는 마이크로 녹음을 처음 해봤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재밌게 느껴졌고,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싶어 계속해왔다"
▶그때도 랩 네임이 펀치넬로였나.
"아니다. '이펀치'였다. (웃음). 펀치넬로는 '맥스페인'이라는 게임에 나오는 매력적인 악당 캐릭터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 캐릭터가 너무 멋졌고, 이전에 썼던 '이펀치'와도 비슷해서 랩네임으로 사용하게 됐다"
▶연습은 어떤 방식으로 했나.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 먼저 고민했다. 주제를 정하면 그에 걸맞은 비트를 찾아 가사를 쓰고 가사를 다 쓰고 나면 녹음을 했다. 그렇게 자유로운 방식으로 연습을 했던 것 같다"
▶학창시절 펀치넬로에게 우상과 같은 존재였던 래퍼는 누구였나.
"가사를 써보자고 마음먹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건 더콰이엇 님이다. 그때 당시 그분의 음악을 들으면 위로를 받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사운드 자체도 너무 좋았고. 유일무이하다 싶을 정도로 가사도 잘 쓰시고 비트도 직접 쓰시고 하는 부분이 멋져 보였다"
▶현 시점에서 롤모델 같은 존재는 누구인가.
"더콰이엇 님은 지금도 존경하는 분으로 가슴 속에 남아 있다. 하지만 닮고싶은 분은 딱히 없다. 뻔한 말이지만 저만의 정체성을 가진 래퍼가 되고 싶다"
▶음악 팬들에게 어떤 래퍼로 기억되고 싶나.
"새로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생소하지만 굉장히 멋있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솔직한 음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숨기려고 하는 감정들까지 끄집어내서 이야기하는 곡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고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다. '라임(LIME)'의 경우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싱글이다. 최근 공개한 믹스테잎을 통해서는 우울하고 미칠 것 같은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했고. 랩 스타일적으로는 딱히 추구하는 방향성은 없고 때에 따라서 바뀌는 편이다"
▶팬들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던가.
"아무래도 팬 분들은 '라임' 때 보여준 발랄한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저의 전부는 아니니까, 앞으로 최대한 다양한 스타일의 랩과 음악을 들려드리려고 한다"
▶정식으로 발매한 싱글이 많이 없다. 원래 좀 신중한 편인가.
"작업물을 많이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긴 한데 전 그렇게는 못하더라. 발표하고 나면 기록으로 남는 거니까 신중하게 된다. 그렇게 망설이다가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 편이고"
▶본인의 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을 3곡만 꼽아달라.
"일단 앞서 언급한 '널(null)'이라는 곡이다. 노래에 담긴 감정선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클럽 에스키모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준, 저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해준 곡이라는 점에서 애착이 간다. 다음으로는 '프리티 보이 플라이(Pretty Boy Fly)'라는 곡이다. 클럽 에스키모 소속 프로듀서인 chekparren 형과 같이 작업한 곡인데 노래 자체가 너무 좋아서 공연에서 자주 부른다. 마지막으로는 '그린 호라이즌(Green Horizon)'을 꼽겠다. 그 곡은 모든 면에서 완벽한 것 같다. 밀릭 형의 프로듀싱도 마음에 들었고, 저도 거기에 랩을 잘 얹은 것 같아서, 원래 만족을 잘 안 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곡이다"
▶어린 나이에 활동을 시작했다. 잘 성장하고 있는 것 같나.
"지금까지는 잘 해온 것 같고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인 것 같다. (미소)"
▶이루고 싶은 목표 같은 게 있나.
"딱히 그런 걸 정하지 않는 편이다. 정하는 순간 제 자신이 한정적이게 될 것 같아서다. 일단 지금 현 시점에서 단기적인 목표는 새 앨범을 빨리 내는 것이다"
▶음악 외에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
"게임 디자인 쪽에 관심이 많다. 중학생 때 래퍼와 게임 디자이너 사이에서 갈팡질팡 했을 정도다. 지금도 게임을 좋아해서 유튜브에서 관련 소식을 자주 찾아본다. 특히 게임 중에서는 밀리터리 장르를 좋아하는데 고증 부분에 대해 병적으로 집착할 정도로 '밀덕'이다"
▶펀치넬로에게 힙합이란.
"구세주다. 아무 것도 아닌 제가 이렇게 까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존재니까"
▶인터뷰를 통해 꼭 하고 싶은 말은.
"앨범 열심히 만들고 있으니 조금 만 더 기다려달라고 팬분들께 말하고 싶었다"
▶'쎄이'의 지목으로 인터뷰에 참여했다. (관련기사 : [힙합릴레이] 쎄이 "1부터 10까지 스스로 직접, 페이크는 싫다") "그 나이대에서 나올 수 없는 바이브를 가지고 있고, 자아성찰적인 이야기를 표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래퍼"라며 펀치넬로를 추천했었는데.
"저를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쎄이 누나와는 '레인보우 카(RAINBOW CAR)'라는 곡을 함께 작업했다. 당시 누나가 워낙 곡을 잘 만들어놓으셔서 편하게 가사를 썼던 기억이 난다. 쎄이 누나는 음악도 잘 하고 챙겨주기도 잘 챙겨주시는 착한 누나다"
▶펀치넬로가 지목할 다음 인터뷰 주인공은.
"키드킹을 지목하겠다. 저와는 '절친'이다. 랩 하는 친구들 중에서 동갑을 찾기가 힘든데 그 친구는 저와 동갑이고 성격도 닮은 구석이 많다. 똑똑하고 음악 잘하는 친구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