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체육관에는 누구보다 특별한 감회에 젖은 사람이 있었다. 바로 허재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53). 허 감독은 2003년 통일농구 당시 선수로 뛰었고, 15년이 지나 이번에는 감독으로 평양을 찾았다.
허 감독은 남북 선수가 6명씩 섞어 팀을 이룬 대결에서 평화팀 지휘봉을 잡아 북한 대표팀 이덕철 감독의 변영팀과 맞붙었다. 결과는 사이좋은 102 대 102 무승부. 평화팀이 종료 33초 전 북측 원윤식의 3점포로 앞섰지만 종료 0.9초 전 번영팀 북측 최성호의 버저비터로 동점이 됐다.
15년 만에 다시 통일농구를 펼친 허 감독의 소회는 어땠을까. 특히 이번에는 국가대표 두 아들(허웅, 허훈)과 함께 방북한 허 감독이었다.
경기 후 허 감독은 "처음에는 교류전이다 보니 선수들이 좀 상대방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경기한 것 같은데 나중에 승부가 갈리는 시점에서 선수들이 재미있고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면서 "뿌듯하다는 생각 들었고, 생각보다 북측 선수들과 잘 어울리는 것 같고 오늘은 기억에 평생 기억에 남을 경기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흡족한 소감을 밝혔다.
두 아들과 함께 한 경기였다. 허 감독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팀을 나누다 보니 그렇게 반대편이 됐다"면서 "둘이 같이 1 대 1 상황이 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 그렇게 했는데 재미있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15년 전 선수로 뛴 아버지와 함께 한 의미있는 경기였다. 허웅은 "감독님이신 아버지도 저한테 (15년 전 경기를) 말씀해주시는데 저도 이렇게 와서 시합 뛸 수 있는 자체가 행복하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이 생겨서 좋은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날 북한 관중은 허웅-허훈 형제가 소개되자 놀라기도 했다. 이에 허웅은 "뿌듯했고 이런 기회가 많이 없는데 최대한 열기와 느낌을 느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5일은 혼합경기가 아닌 남북 자존심 대결이 펼쳐진다. 허 감독은 "승패가 나겠지만 그것보다도 북측 선수들과 전부 좋은 경기가 될 수 있게 여기 관중, 농구 팬들이 즐기면서 멋진 경기 될 수 있도록 잘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허웅도 "농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하나가 된다는 게 정말 말로는 표현 못할 만큼 행복했던 것 같고 엄청 기분이 좋았다"면서 "많은 응원에 힘을 낼 수 있었다"며 5일 경기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특별했던 허재 감독 부자의 평양 통일농구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