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바뀐 KBS-MBC, 이사들도 바뀐다… 13일까지 공모

직접 쓴 지원서 방통위 홈페이지에 공개
KBS-MBC-EBS 공영방송 이사 중복 지원 불가
언론시민사회가 요구한 '시민검증단' 받아들이지 않아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국민 참여 방송법 쟁취 시민행동은 2일 오전 경기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공개 검증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KBS와 MBC가 '정상화'를 요구하며 장기 파업을 벌인 끝에 사장을 교체한 가운데, 올 8월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도 새로 꾸려진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이하 방통위)는 2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한국방송공사(KBS)-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한국교육방송공사(EBS) 임원 선임 계획'을 의결했다.

오늘(2일)부터 13일까지 12일 동안 공모가 진행된다. 방통위는 방송법과 방문진법에서 정한 결격사유를 확인한 후 KBS 이사를 추천하고 방문진 이사를 임명할 예정이다. 지원자의 소신과 원칙 확보를 위해 각 이사에 대해 중복으로 지원할 수 없도록 했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할 때 방송의 전문성은 물론, 각계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지역성, 성별, 직능별(언론계·학계·법조계·산업계 등) 대표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계획이다.

특기할 만한 사안은, 이사 후보자들이 직접 작성한 지원서를 방통위 홈페이지에 게시해 모두가 볼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국민 참여 확대와 투명성 확보'를 위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원자들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후보자 선정 시 활용한다'고만 돼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정당 추천 등 정치권이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개입해 온 '관행'을 결국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언론시민사회의 반발이 컸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국민 참여 방송법 쟁취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같은 날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행동은 '시민 참여-공개 검증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지역, 계층, 성별을 따져 고르게 구성된 시민 검증단을 통해 어떤 후보자가 지원했고, 그들의 면면은 어떤지, 심사와 평가 기준은 무엇인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방통위가 사실상 기존의 방식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공모 절차를 확정했기에, 시민행동은 자체적으로 시민검증단을 구성해 공영방송 이사 후보를 공개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이날 논평을 내어 "정치권의 추천을 원천적으로 배제하지 않았고, 국민들의 참여는 개별적인 의견 개진으로 제한되어 국민이 집단지성을 통해 직접 공영방송 이사를 직접 추천하고 검증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지금의 방통위에 공영방송의 독립성 확보, 적폐청산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추혜선 의원은 "국민 앞에서 후보자들이 공영방송에 대한 소신과 능력을 보이고, 그들의 적합성을 국민들이 직접 평가할 수 있는 시민검증단을 공식적인 절차로 도입해야 한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원 구성 협상을 마치고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법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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