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첫 날…울산 기업체 '기대반 우려반'

울산에 본사를 둔 비철금속기업 LS니꼬동제련은 지난 6월초부터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직원의 컴퓨터 화면에 뜬 업무종료 알림창.(사진 = LS니꼬동제련 제공)
주 52시간 근무제가 사실상 2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울산지역은 업종에 따라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유연근무제 등으로 이미 적응된 업종이 있는가 하면 업무 특성상 주 52시간 근무 자체가 쉽지 않은 곳도 있다.

울산에 본사를 둔 비철금속기업 LS니꼬동제련.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맞춰 한 달 전부터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주 40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1일 근무시간과 주당 근로 일 수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거다.

직원들은 초과한 근무시간 만큼, 2주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날 일찍 퇴근할 수 있다.

회사에서도 근무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개인 컴퓨터에 업무 종료를 알리는 팝업창을 띄우고 컴퓨터가 강제종료 되도록 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 손정수 과장은 "처음에는 컴퓨터가 강제종료 되고 동료들이 일하고 있는데 나만 일찍 퇴근하는 것 같아 적응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근무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자기계발이나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했다.

반면, 현실적으로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기 힘든 석유화학업계는 고민이 크다.

석유화학 장치산업 특성상 24시간 근무형태여서 4조 3교대, 평균 42시간 근무가 일반적이어서 보통 때는 큰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두 달 가량 진행되는 정기보수 기간.

2조 2교대 근무로, 주당 최대 84시간까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거다.

여기에 휴가로 결원까지 발생하게 되면 근로시간은 더 초과할 수 밖에 없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를 맞추기 위해 고난도 정기보수에 필요한 추가 인력을 쓴다면 보수가 끝난 이후 인력이 남게 돼 회사로서는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또 "인력을 추가하지 않고 기존 인력으로 정기보수를 한다면 보수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데 결국 늘어난 기간만큼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울산본사 전경.(사진 = 울산CBS 자료)
현대중공업은 주 52시간 단축 근무제에 맞춰 퇴근 시간이 지나면 직원들의 PC 전원이 강제 종료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근로시간 준수가 용이한 사무직이 주로 해당되는 것이어서 모든 직종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한 예로, 선박 시운전 담당자의 경우 최대 3주 동안 바다에서 각종 검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근로시간이 길고 근무자 교대로 쉽지 않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업종별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3년부터 도입된 주간연속 2교대제로, 주 52시간 근무를 넘지 않아 별다른 영향이 없다.

울산상공회소에 따르면 이날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받는 300인 이상 울산지역 제조업체는 석유화학 15곳, 자동차 11곳, 조선 11곳, 금속 7곳 등 53곳 이다.

상의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업종별 보완이 필요하다며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최대 1년간 확대하는 등 정부에 건의서를 전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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