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에서 1승2패하며 16강 진출의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조별예선 첫 상대였던 스웨덴을 꺾는 데 실패하며 16강에는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랭킹 1위인 독일을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격파하며 분명한 희망도 남겼다.
세계 축구의 분명한 벽과 다시 만난 한국 축구는 이번 대회의 주축이었던 주장 기성용(뉴캐슬)의 대표팀 은퇴라는 새로운 도전과도 직면했다. 러시아월드컵이 끝난 뒤 잉글랜드로 이동해 뉴캐슬과 2년 계약을 체결하고 돌아온 기성용은 러시아월드컵을 여러 차례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표현했다.
당장 대표팀에서 은퇴한다는 의미는 아니었지만 2022년 카타르월드컵은 뛰지 않는다는 분명한 의지다. 더욱이 최근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을 맡았던 그는 “어느 정도 마음은 정리됐다. 팀에 집중할 것인지 대표팀을 조금 더 해야 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내가 한국 축구에 도움이 죌 수 있을지 고민이 가장 컸다. 주장을 맡으면서 짊어졌던 짐이 많았다”고 말했다.
비단 기성용뿐 아니라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함께 했던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도 러시아월드컵 후 대표팀 은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남겼다. 둘 다 1989년생으로 축구선수로서 전성기를 구가하는 30세 전후의 나이지만 이른 나이에 대표팀에서 은퇴하겠다는 뜻이다. 이들은 마지 2011년 아시안컵을 마친 뒤 대표팀에서 비교적 일찍 은퇴한 박지성의 길을 따라가는 모양새다.
박지성은 당시 30세에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렸던 박지성은 대표팀 합류를 위해 불가피했던 장시간 비행이 상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이유였다. 그리고는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 뒤 2014년에 현역 은퇴했다.
기성용과 구자철도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 기성용도 무릎이 좋지 않고, 구자철은 거의 매 시즌 부상이 끊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과거 전성기의 경기력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20대 중후반의 선수가 대표팀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에 함께 했던 선수 중에는 골키퍼 김승규(빗셀 고베)와 조현우(대구FC),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헝다)과 장현수(FC도쿄), 미드필더 이재성(전북) 등이다.
부상으로 러시아월드컵에 함께 하지 못한 주전급 선수 가운데 권창훈(디종)과 김진수, 김민재(이상 전북)도 향후 대표팀의 주축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축구대표팀에 깜짝 발탁돼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던 이승우(베로나)를 비롯해 공격수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20대 초중반 ‘젊은 피’의 합류를 기대할 수 있다.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둔 백승호(지로나)와 이강인(발렌시아) 등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의 과감한 발탁 가능성도 있다.
완전히 새로운 대표팀의 출발은 새로운 감독의 선임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러시아월드컵의 종료와 함께 신태용 감독의 임기가 종료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감독의 선임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마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처럼 한국 축구는 이르면 2018년 여름부터 완전히 달라진 구성으로 새로운 시작에 나설 수 있다. 늦어도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릴 아시안컵 이후에는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