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여성기초단체장이 전에 비해 오히려 한 명 줄어들었다. 이런 사정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예외는 아니다.
29일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유일한 재선 여성 기초단체장인 김수영(54) 양천구청장을 만났다. 그는 양천구 민선자치제 시행 이후 첫 여성 재선 구청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유리 천정'을 여전히 실감하고 있다. 여당에서도 한명의 여성 광역단체장 후보를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여성 기초의원들은 늘어났지만 정작 기초단체장은 줄었다"며 "민주당이 바람을 일으킬때 여성들을 더 공천했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어 "정말 당 지도부의 전향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기초단체장 중 여성이 3.2%밖에 안되는 현실 속에서 여성 국회의원들 등 정치인들이 리더로서 목소리를 좀 내줘야 한다"고 당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김 구청장은 "여성만 그런가"라겨 반문하면서 "제가 보기엔 남성 기초의원들 중에도 정말 자질 안되는 사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숫자가 적어 (여성 정치인의 수를) 키워져야 하지만, 나중엔 더욱 건전한 경쟁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여성할당제를 하다보니 오히려 남성들 중에 능력이 안되고 자질이 안되는 사람을 매우기 시작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여성의 할당제가 여성주의자여서 그런 게 아니라 오히려 정치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는 정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구청장은 지난 2011년 선거법 위반으로 구청장직을 상실한 남편 이제학 씨에 뒤이어 구청장에 도전했다. 그 해 보궐선거에선 낙선했지만, 지난 2014년 양천구청장에 당선됐다. 그렇기에 남편 때문에 정치인이 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따라오기 마련이지만 그는 "남편보다 더 오래 정치를 준비해왔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대학생 때부터 정치참여를 해왔다. 독재정권 시절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을 맡았다 경찰에 끌려가기도 했다. '여성이 만드는 일과 미래'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했고, 새정치민주연합(구 더불어민주당) 여성리더십센터 부소장으로 일했다.
김 구청장은 "여성의 강점을 살리는 게 여성정치인으로서 성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여성인 걸 숨기려고 과하게 남성적으로 보이려는 사람도 있지만, 여성이기에 따뜻함과 강함을 동시에 갖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양천구 내 목동아파트 재건축 추진, 홈플러스 부지 개발을 통한 기업 유치와 교육 관련 시설 도입 추진 등이 대표적이 예다. 또 양천구 내 공유지를 개발해 청년창업단지나 기업혁신성장밸리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개발하면 이명박식으로 특혜를 주고 불도저로 다 밀어 엎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생각에 반대한다"며 "결국 주민들에게 필요한 건 일자리고 경제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재선 구청장으로서의 중압감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다시 뽑아준 주민들 기대도 크기에, 성과를 보여줘야한단 생각에 사실 선거때보다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며 "힘들땐 안양천을 걷거나 뛴다"고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