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이 본격 시행된 1일 경기도 성남에서 만난 A버스업체 관계자는 '버스기사 모집 공고문'을 보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기사들의 노동시간은 줄었지만, 줄어든 시간만큼 신규 채용해야 할 운전기사 모집이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라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보수가 좋은 서울 쪽으로 이탈하는 기사들까지 늘면서 이 업체에서만 최근 들어 37명이 이직을 했다.
다만 정부가 6개월 간 계도기간을 둬 한시름 덜었으나 최악의 구인난에 허덕이는 이들 버스업체의 초긴장 상태는 지속될 전망이다.
◇ '인력 수급'이 최대 관건… 초보기사 안전문제도 우려
이날부터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300인 이상 고용 버스업체의 주당 노동시간은 68시간으로 제한되고, 내년 7월 1일부터 주당 52시간으로 줄어든다.
탄력근로제 도입으로 버스업체들은 내년 6월 30일까지 '1일 2교대'로 전환하지 않고 현재 운영중인 '격일제' 또는 '복격일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업계 혼선을 막기 위해 오는 12월까지 법규 위반에 따른 처벌은 유예했지만, 무제한 가능했던 연장근로가 주당 12시간으로 제한돼 업체마다 기사 신규 채용은 불가피해졌다.
결국 줄어든 노동시간을 새로운 인력이 메꿔야 하는 실정으로, 서울보다 임금 수준이 낮은 경기도 등 준공영제를 실시하지 않는 지역은 인력 확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지역만 봐도 탄력근로제를 감안했을 때 당장 필요한 인력이 8천~1만2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560명의 기사를 보유한 A업체의 경우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내년 7월까지 필요한 인력은 23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업체는 신규 채용을 한다 해도 이들에게 투입될 임금만 연간 100억원에 달해 재원 조달이 막막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채용은커녕 기사들의 이탈까지 발생하고 있는데다 '가뭄에 콩 나듯' 초보 기사가 채용돼도 안전사고를 우려해 쉽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A업체 관계자는 "재원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기사들이 없다보니 실제 일부노선의 경우 차량 운행을 못 할 때가 발생했고 불편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초보기사들이 언제 11m나 되는 대형버스를 몰아 본 적이 있겠나. (곧바로 운전을 맡기기에는) 대형사고까지 발생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며 "결국 경력 기사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게 정말 어렵다"고 토로했다.
탄력근로제가 도입됐지만 아직 구체적인 운영방법을 놓고 노사 간 합의가 안 된 업체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450여명 규모의 수원지역 B버스업체는 지난 두 달 사이 30명의 기사가 그만둬 극심한 인력난과 함께 주당 68시간 노동시간에 대한 노사 합의마저 이뤄지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B업체는 현재 버스 1대당 1.95명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1대당 최소 2.5명까지 돼야 '1일 2교대' 근무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업체 관계자는 "지금 봐서 100명은 족히 더 필요한데 이 사람들 월급은 누가 줄 수 있나. 업체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며 "탄력근로제 관련 노조측과 합의가 아직 안돼 서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B업체 뿐 아니라 대다수 업체들은 기사들이 원래 받던 임금이 노동시간 단축으로 줄어듦에 따라 임금 보전에 대한 방법도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임금 보전까지는 열악한 재정여건 상 정부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지금이야 처벌 유예기간이라 괜찮지만, 이 기간만 지나면 운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체들이 넘쳐날 것"이라며 "버스요금과 임금 인상은 필요한 부분이지만, 정부의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버스 준공영제를 전국으로 확대할 방안을 추진중이다.
버스 준공영제는 민간 업체가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은 유지하되 수입금 공동관리제나 재정지원 등을 통해 공익성을 강화한 것으로 서울과 6대 광역시, 제주시 등이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