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규모 안팎의 사업장들이 뒤섞여 식품공장부터 기계부품회사까지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겐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일 대신 여유 그리고 가족과의 시간이 더 소중해"
"인생에 살면서 누가 회사를 위해서 일 많이 못 했다고 후회하겠어요? 사랑하는 가족들이랑 시간 보내야 하는데 못 보낸 것을 후회하죠."
식품제조회사에서 15년 넘게 근무했단 이석현(45)씨는 단축된 근로시간이 그 전엔 없었던 '가족과의 시간'을 되찾아줄 것이란 기대했다.
점심시간을 마치고 공장으로 돌아가는 동료들을 손으로 가리키던 이씨는 "다들 일찍 출근해 늦게 퇴근하니 힘도 안 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이고, 가족이랑 산책하고 사는 게 진정한 행복이다"고 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인 접착제 제작회사에서 근무하는 오정진(28)씨는 "예전엔 하루에 2시간이나 3시간 정도씩 매일 잔업을 하니 여유가 없었다"며 "52시간만 일한다면 임금은 좀 줄어도 여유가 생기고 자기계발을 할 시간이 생겨 좋다"고 말했다.
매주 공단에 물건을 나르는 화물차 운전자 선태호(45)씨는 "요즘 사람들은 무조건 많이 일하기보단 즐기면서 여유를 가지고 취미 생활도 하자는 주의가 많다"며 달라진 공단 내 분위기를 전했다.
◇여유 늘어도 돈이 줄어 걱정…"안착까진 시간이 필요해"
줄어든 노동시간에 대한 만족보단 급여가 줄어 당장 생계가 걱정된단 목소리도 현장에서 나온다.
점심시간에도 쉬지 않고 철판을 가공하던 손명조(34)씨는 "근무시간이 줄어든다고 한들 당장 돈이 깎이니 기대가 될게 뭐있겠냐"며 주52시간 근무에 대한 걱정을 말했다.
이어 손씨는 "52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하루에 4시간 정도씩이 줄어든다"며 "지금까지 받던 급여의 20%에서 많게는 40%까지 깎이게 된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근로시간 단축 자체는 환영이지만 현실적인 시행착오와 과도기가 있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임성현(34)씨는 "저같은 영업사원은 회식까지 친다면 주 52시간이 넘어간다"며 근로시간이 긴 것에 대한 불평을 털어놓으면서도 "솔직히 급여적으로도 걱정이 되고, 현실적으로 시행이 되겠냐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임씨와 같이 공단을 돌아다니던 박정환(40)씨도 "저녁 있는 삶이야 있겠지만 대신 돈이 더 궁해져 아르바이트를 찾는 등 문제가 나올 것이다"며 "(근로시간 단축이) 안착 되려면 과도기가 많이 필요하긴 할 것 같다"는 입장을 말했다.
이처럼 저마다 다른 근로자들의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채 주 52시간 근무제는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먼저, 이번 달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