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시청률 강자 SBS의 전략, '중간'과 '다양화'

[현장] 2018년 상반기 결산 SBS 예능본부 기자간담회
'폼나게 먹자', '무확행', '더 팬' 등 새 예능 출격 예정
남승용 예능본부장 "시청률+VOD 시청률+화제성 등 종합한 지수 개발 중"

현재 방송 중인 SBS 예능 프로그램들 (사진=SBS 제공)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6.7%25, '불타는 청춘' 7.3%25, '로맨스 패키지' 2.3%25, '정글의 법칙 in 멕시코' 11.8%25, '백종원의 골목식당' 5.2%25, '백년손님' 7.8%25, '인기가요' 2.6%25, '런닝맨' 7.6%25, '집사부일체' 10.2%25, '미운 우리 새끼' 20.8%25…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현재 SBS에서 방송 중인 예능 프로그램의 가장 최근 시청률이다. 2%대로 낮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전체 예능 1위를 매번 기록하는 부동의 1위가 있고, 그 요일에 방송되는 예능 중 동시간대 1위를 자주 차지하는 알짜배기 프로그램이 고르게 분포돼 있다.

하지만 SBS는 정작 더 이상 가구 시청률에 신경 쓰지 않는다. 주 공략층을 구매력이 있는 20~49세 시청자들에 맞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한다. 또, 이른바 성공작을 만들고 나서는 관찰 예능 일색이었던 포트폴리오를 다채롭게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 스테이트 호텔 선유 쿠스쿠스에서 '2018 상반기 결산 SBS 예능본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남승용 예능본부장을 비롯해, 최영인 1CP, 안범진 2CP, 유윤재 3CP, 공희철 4CP, 김재혁 5CP가 참석했다.

◇ 가족과 연애에 치중한 예능, 과감한 실험은 없을까

현재 방송 중인 SBS 예능 프로그램은 연예인의 가족과 연애를 중심에 둔 것이 많다.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는 연예인 커플과 부부가, '백년손님'에는 유명인 사위와 처가가, '미운 우리 새끼'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자식과 그를 바라보는 어머니가 출연한다.

중년의 친구 찾기를 콘셉트로 한 '불타는 청춘'은 러브라인 비중이 점차 커졌고, 김국진-강수지라는 커플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로맨스 패키지'는 호텔, 바캉스, 연애를 접목한 일반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가장 보편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하거나, 여전히 대중이 호기심을 가지는 연예인의 사생활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프로그램이라는 특징이 있다. 안정적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반응도 곧잘 나온다.

남 본부장은 "지금은 과도기라 지상파가 상당히 위기이지 않나? JTBC, tvN 등은 비대칭 규제 때문에 엄청난 자본력으로 훨씬 자유로운 환경에서 하고 재방도 많이 한다. 저희들은 재밌고 시청률 높은 프로는 많은데 약간 실험적이거나 모험적인 프로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남 본부장은 "지상파 보는 분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갑자기 너무 실험적인 걸 하면…"이라며 "지상파가 처한 환경에서는 가장 실험적이지도 않고 가장 고답적이지도 않은 중간을 하는 것이다. '동상이몽', '집사부일체'가 그런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40, 50, 60대를 무시할 수 없다. 10대는 유튜브를 보고 TV를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중장년층에게만 포커스 되는 프로그램을 하면 채널 이미지가 올드해 보이고 화제가 안 된다. 근데 화제성 좋은 걸 하면 시청률이 안 나오기도 한다. 2049 중에 30~40대 중반까지를 타깃으로 한 게 사실 시청률이 잘 나온다"며 "지금 공중파(지상파) 위기, 과도기적 시절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전했다.

남 본부장은 SBS가 예능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단기적 성과는 이뤘다. 포트폴리오상으론 부족했다. 시청률, 수익은 이뤘는데 약간 관찰 (예능) 일색이었다. 숨을 돌렸기 때문에 다양하게 간다"며 "'무확행', '더 팬'(The Fan, 가제), '폼나게 먹자' 등 관찰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프로를 론칭한다. 어느 정도 기본 성과를 이뤄서, 하반기에는 다양한 취향을 충족하기 위해 론칭한다"고 덧붙였다.

SBS '집사부일체',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사진=SBS 제공)
◇ SBS 새 예능 '폼나게 먹자'-'무확행'-'더 팬' 미리 보기

SBS는 총 3개의 예능을 준비 중이다. 우선 8월 말 첫 방송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이 2개 있다. '폼나게 먹자'는 우리나라의 토종 식재료, 그중에서도 희귀 식재료를 찾아 이를 바탕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예능이다. 이경규, 김상중 두 사람이 MC로 합을 맞춘다.

희귀 식재료를 고르는 기준은 뭘까. 안범진 2CP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전 세계에서 사라져가는 식재료 리스트에 올라있는 재료들이 국내에도 있다고 한다. 그런 걸 찾아간다"고 답했다.

희귀 식재료가 나는 지역에서는 어떤 음식을 만들어 먹는지 전문가와 함께 알아보고, 이후에는 셰프가 나와 그 식재료로 색다른 음식을 만든다는 게 안 CP의 설명이다. 그는 "식재료를 발견하고 새로운 요리로 재구성하는 형식"이라고 밝혔다.

식재료에 방점을 맞추는 것은 KBS1 '한국인의 밥상'과, 주어진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것은 JTBC '냉장고를 부탁해'나 tvN '수미네 반찬'과 겹치는 부분이다. 이에 안 CP는 "'한국인의 밥상'보다는 재료에 관심이 있다"며 "이경규, 김상중 두 분이 예능적인 재미를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확행'도 8월 말 시청자들을 만나기 위해 준비 중인 프로그램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소확행'을 참고한 제목은 무식하고 무모하고 무지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겠다는 의미다.

서장훈, 김준호, 이상민, 이상엽 네 사람이 출연한다. 최영인 1CP는 "짠한 사람으로 가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연예인이 행복을 찾는다는 데에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이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 CP는 포맷이나 주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미운 우리 새끼'와 비슷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다르니까 (새 프로그램으로)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더 팬'(가제)은 11월 방송 예정 프로그램이다. 지상파에서 가장 긴 시즌을 거친 오디션 프로그램인 'K팝스타'를 연출한 박성훈 PD와 '판타스틱 듀오'의 김영우 PD가 의기투합했다. '더 팬'이라는 이름처럼 소위 전문가라 불리는 심사위원들보다는 팬들의 선택에 초점을 맞췄다.

공희철 4CP는 "오디션은 지망생이 기획사 찾아가서 자기 실력 보여주고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능력을 검증받는 건데, ('더 팬'은) 심사위원들이 합격, 불합격 정하는 게 아니라 팬들이 직접 소비할 문화 콘텐츠를 고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가 집단이 선발한 아티스트와 좋다고 칭찬했던 문화 콘텐츠를 팬들도 좋아할까. (팬들) 스스로 선택하게 만든다는 게 이 기획의 출발이다. (팬들의) 좀 더 강한 참여를 만들고자 가제가 '더 팬'이다. 기존 오디션과 접근 방법이 달라서 어색할 수도, 세련될 수도 있다"며 "8월쯤 가안이 나올 것 같다"고 밝혔다.

남승용 SBS 예능본부장 (사진=SBS 제공)
◇ 실시간 TV 안 보는 세대의 등장… 대비책은

지상파 3사가 방송시장을 독과점했던 '좋은 시절'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다. 종편, 케이블뿐 아니라 포털, 유튜브 등 모든 종류의 콘텐츠 제공자와 겨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과거에는 상상하지도 못한 새로운 세대가 나타났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TV 본방송을 보지 않는다.

지금도 한 해에 몇 편 정도는 3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프로그램이 나온다. 그러나 본방송 시청률은 점점 떨어지고 있고, 그마저도 다수의 방송사가 나눠 갖기에 이제 '압도적 우위'를 기대하기 어렵다.

1990년대 말 김희선-류시원이 진행하던 시절의 '인기가요' 시청률은 20%까지도 나왔으나 요즘의 '인기가요' 평균 시청률은 2~3%대다.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겠으나, 본방송을 봤던 시청자들의 '이탈'을 빼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방송사도 TV 시청률이 유일무이한 해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SBS는 오랫동안 표준으로 여겨졌던 가구 시청률에 집착하지 않는다. 남 본부장은 "미국도 그렇지만, SBS는 가구 시청률을 안 본다. 주로 가구 시청률로 기사를 쓰지만, 가구 시청률은 부정확하다. TV 수상기가 하나라 1명이 보든 2명이 보든 1명으로 카운트된다. 이제 모니터당 한 명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본부장은 "SBS는 VOD 시청률, 화제성 등의 지표로 종합점수를 내는 것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려고 준비 중이다. 미국은 그렇게 한다"면서 "SBS가 2049 시청률을 (중심에 둔다고) 해서 메인 지표가 되는 건 아니지 않나. 방송계 전체가 너무 인터넷 미디어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나. 가구 시청률로 하면 너무 뒤처진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KBS, MBC, JTBC, tvN 등 온 TV 매체가 전부 다 머리를 맞대서 동질화된 잣대를 만들었으면 한다는 거다. 빌보드 차트처럼. 시청률, VOD, 화제성 이렇게 해서 모두 동의하는 기준이 생겼으면 좋겠다. 저희는 애저녁에 2049 시청률로 (기준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한편, 기존 가구 시청률이 놓친 부분을 보완하려는 움직임은 시청률 집계기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닐슨코리아는 올해 1월 1일부터 일일 보고서에 전통적인 가구 시청률뿐 아니라 개인 시청률(시청자 수)을 포함하고 있다. TNMS는 지난해 11월부터 TTA(Total TV Audience, 통합시청자 수)라는 지표를 만들어 공개했다. TTA는 본방송+자체 채널 재방송+자사 PP 재방송+타사 PP 재방송+VOD 시청자 수를 합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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