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8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끝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3차전에서 독일을 2대0으로 격파했다. 1승2패 조별리그 탈락은 확정됐지만, 독일을 4위로 끌어내렸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기분은 상당히 좋다. 하지만 좋으면서도 뭔가 허한 느낌이다. 그런 것이 마음 속에 들어와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16강 진출의 실낱 같은 희망은 있었다. 독일을 두 골 차로 이기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고 3승을 거두면 가능했다. 비록 스웨덴이 멕시코를 이기면서 꿈은 좌절됐지만,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신태용 감독은 "어제까지 1% 자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간절함을 이야기했고, 오늘은 미팅에서 불굴의 투혼을 이야기했다"면서 "독일은 랭킹 1위이고, 디펜딩 챔피언이니까 방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우리를 몇 골 차로 이길까 방심하는 부분을 이용했고,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멕시코전과 달리 준비한 전술을 제대로 써먹었다. 플랜A였던 4-4-2를 중심으로 수비로 전향해서는 5-4-1로 변해 독일의 공게를 막았다.
신태용 감독은 "이틀 동안 4-4-2 포메이션과 우리 진영으로 오면 5-4-1 포메이션을 쓰는 훈련을 했는데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면서 "볼 점유율은 지겠지만, 기회는 분명히 올 거라 말했다. 상대는 심리적으로 급하기에 밀고 올라올 것이고, 그걸 이용하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이 잘 됐다"고 말했다.
사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대신 지휘봉을 잡고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었지만,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난을 받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 부임설까지 겹쳐 비난은 더 커졌다.
평가전에서도 부진했다. 월드컵에 와서도 스웨덴전, 멕시코전에 패하면서 신태용 감독은 물론 장현수(FC도쿄) 등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신태용 감독은 "외신 기자들도 많은데 스토리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그들은 모른다"면서 "보이는 것만 가지고 결론을 짓고, 결정된 것처럼 이야기를 하니까 속에 있는 말도 하지 못했다. 어떻게 준비했는지 다 이야기 할 수 없어 속도 많이 상하고,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선수들과 월드컵에서 같이 이겨내면 다 무마될 것이고, 이런 기회가 오면 언젠가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결과적으로 16강에 못가서 아쉽지만, 랭킹 1위 독일을 이기면서 한 줄기 희망을 본 것 같다.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긴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