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합동 전문가들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가 정부에 이같은 권고를 내린 만큼 대대적인 내부 감사와 검찰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벌써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일부 공무원들의 반발과 저항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어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 130명 징계·수사의뢰 명단 확정하는 과정에도 정부와 민간 사이 진통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진상조사위)는 지난 27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전원위원회를 열어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들의 징계 및 수사의뢰 명단을 확정, 최종 의결했다.
문체부 현직 고위 공무원과 기관장을 포함해 26명의 관련자들에게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돼, 수사 의뢰 권고가 내려졌다. 또한 윗선의 지시 또는 자발적 판단으로 블랙리스트 및 화이트리스트에 관여한 공무원과 직원들 104명이 징계 권고 명단에 올랐다.
검찰 수사 의뢰 대상과 징계 대상을 합하면 총 130명으로 역대급 규모이다.
이 명단을 확정하는 과정에도 위원회 차원에서 격렬한 토론이 있었던 알려졌다.
특히, 문체부 측에서 무더기 징계 및 수사의뢰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징계 및 수사의뢰 인원을 최소화하려는 정부측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려는 민간 위원들 사이에 신경전이 있었던 것이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최종 명단을 정하는 과정에서 논쟁들이 있었고, 서로 여러번 명단을 주고받았다"고 치열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 밍기적거리면 공소시효 지나, 정부에 공 넘어갔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얼마나 신속하게 움직일지도 관건이다.
특히, 검찰 수사 의뢰 대상자들의 경우 시간이 지체되면 공소시효가 만료돼 형사처벌이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신속하게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지 않는다면 민간에서 먼저 고소·고발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워낙 규모가 방대하기 때문에 문체부 내부 감사로 끝나지 않고 감사원의 전체 감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명단을 넘겨받은 문체부도 벌써부터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징계 규모만 해도 역대급인만큼 내부에 큰 동요가 일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 황성운 대변인은 "명단이 확정된 만큼 내부적으로 충분한 법률 검토를 벌인 뒤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공무원들도 어찌보면 피해자일 수 있기 때문에 인간적으로는 마음이 아프지만 블랙리스트 피해가 워낙 광범위했던 만큼 관여 공무원과 직원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며 "확실한 제도 개선과 책임 소재 규명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