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노동시간 35시간…우린 고작 52시간 갖고"

'외부자들' 최강욱 "기업들 '주5일제' 시행 때랑 똑같은 우려"
진중권 "노동력 쥐어짜서 생산성 향상시키던 시대는 지났다"

(사진='외부자들' 방송 화면 갈무리)
다음달 1일부터 노동시간이 주당 52시간으로 줄지만, 정부가 올 연말까지 단속·처벌을 6개월 유예하면서 사실상 시행이 6개월 뒤로 미뤄진 데 대해 진중권 교수와 최강욱 변호사가 비판을 가했다.

지난 26일 밤 방송된 채널A 시사 예능 프로그램 '외부자들'에서 최 변호사는 "그간에 (노동시간 단축 시행에 대한) 치밀한 정책 수립과 면밀한 검토에 소홀했다는 점은 정부가 어느 정도 인정해야 될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 6개월 유예하는 동안 얼마나 이것을 만회하고 제대로 정비할 수 있을 것인지 저희가 눈 부릅뜨고 감시해야 할 일은 맞는 것 같다. 한편으로 서글펐던 것이 (주당) 40시간도 아니고 32시간도 아니고, 52시간 줄이는 것 가지고 우리 사회가 (불안해 한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같은 경우는 지금 35시간(을 도입했다), 이것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일 중독 사회인 것은 맞다."

그는 "이것은 과거 '잘 살아보세' 기간에 주입됐던, '우리가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것이 나라를 잘 살게 하는 길'이라는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라며 "이것이 남이나 북이나 새마을운동, 천리마운동을 통해 새벽부터 일어나서 '새벽 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라며 밤 늦게까지 일하며 잘 살아보세(했던 것의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진중권 교수는 "노동력의 단순 투입이 곧바로 산출량으로 나오던 시대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최 변호사는 "그러니까 그 시대가 지나고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며 "정부가 선도해서 많이 알리고 준비하는 홍보도 필요하겠지만, 시민들의 인식도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안타까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한편으로 경총 등 경영자 측에서(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 현재 사실은 (노동 시간 단축이) 7월 1일부터 전 사업장, 모든 업종에 다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300명 이상 사업장·공공기관에서만 시행). 그 사정 다 감안해서 단계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또 지금 나오는 애기들 보면, 과거에 주 5일제 근무 시행할 때랑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며 "'이렇게 하면 나라 망한다' '근로시간이 줄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시간당 임금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은 어쩌란 말이냐',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사실은 주 5일제 근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얻은 것도 많이 있다. 여가에 대한 소중함도 많이 알게 됐다."

최 변호사는 "이제는 (기업들이) 엄살을 갖고 국민들을 몰아가면서 선동하지 말고, 정부가 제대로 준비해야 되는 만큼 경영자들도 사회적인 변화를 감지하고 인식하고 준비해 왔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항상 근로자들 잡아놓고 쥐어짜서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인정하고, 똑같이 경제계에서도 대비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중권 교수 역시 "그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며 "일단 OECD에서 계속 권고하는 것이 노동 생산성 높이라는 이야기잖나. 이게 뭐냐면 분모가 너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쓸데없이 직장에 잡아놓고 일을 시킨다. 그런다고 생산성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잖나. 그것을 없애자는 것이다. 일단 일자리를 창출해서 나눠줘야 될 것을, 그동안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을 더 시킨 것이다. 비정상적인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일자리를 나누는 측면이 있다."

진 교수는 "또 한편으로는 기업에서 (신규채용 등에 대한) 부담을 지잖나. 그 부담은 굉장히 생산적인 부담"이라며 논평을 이어갔다.

"쉽게 말하면 더이상 사람들 노동력 쥐어짜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한계 조건을 뒀기 때문에 '이제는 너희(기업)들이 망하지 않으려면 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 혁신이든 경영 혁신이든 간에 그쪽으로 정부에서 정책으로 압박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그는 "사실 우리 사회가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개인의 삶 사이 균형을 중요한 조건으로 여기는 태도)이잖나.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이지 일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는 말"이라며 "독일 같은 경우 (오후) 6, 7시 지나면 장을 못 보잖나. 거기 일하는 사람들도 가족이 있기 때문에, 가정생활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보호해 줘야 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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