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추징금 내면 그만!' 조세범죄에 관대한 한국

조세범죄 적발돼도 형사고발 비율 극히 낮아
일반 형사사건에 비해 처벌 수위도 낮아
조세범죄 대응능력 키우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 필요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역대 정부마다 조세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정작 조세범에 대한 실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조세범죄 기소율, 징역형 비율 일반 형사사건에 비해 ↓

국세청은 지난해 역외탈세 혐의자 233명을 조사해 1조 3192억원을 추징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검찰에 고발된 조세범은 6명에 불과하다. 2016년에도 역시 228명을 조사해 1조 3072억원을 추징했지만 고발조치는 9명에 그쳤다.

역외탈세 조사가 단순히 탈세 금액을 추징하는 것을 넘어 강력한 처벌로까지 이어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역외탈세 뿐만 아니라 전체 조세범죄에 대한 처벌 역시 마찬가지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조세범에 대한 처벌 현황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세청이 지난 10년간 형사고발한 조세포탈범은 4867건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지난 2012년 641건으로 정점에 이르던 고발건수가 지난 2016년에는 346건으로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2016년 1만 430건 등 한해 국세청의 조세포탈 조사 건수가 1만여건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세금추징을 넘어 형사고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극히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다 국세청 고발 등 다양한 조세범죄에 대한 검찰의 기소율 역시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평균 23.1%로, 전체 형사범에 대한 기소율 39.1%에 비해 턱없이 낮다.

조세범에 대한 법원의 판결 역시 형사범죄에 비해 관대한 편이다. 지난 10년간 조세범에 대한 유죄판결은 집행유예가 47.2%로 가장 많았고, 재산형은 32.5% 였다. 반면 징역형은 16.9%에 불과해 전체 형사범에 대한 징역형 20.5%에 비해 낮은 수치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세무공무원 수사권 부여, 양형기준 구체화 등 제도적 개선 필요

이처럼 조세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배경에는 조세범죄가 날로 지능화 되고 있기 때문에 범죄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제도적으로도 조세범죄의 처벌을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세청 세무공무원이 제대로된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조세범죄 적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독일, 일본처럼 세무공무원이 특별사법경찰에 준하는 권한을 갖고 강제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문은희 입법조사관은 "범칙조사 단계에서는 과세관청 내에서 조세범칙조사 전담 조직체계로 개편하고, 범칙조사 담당 세무공무원의 지위를 사법경찰관리로 지정해 조세 범죄에 대응하는 과세관청의 수사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조세범을 적발하더라도 제대로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양형기준을 보다 세분화하고 처벌규정도 새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 조사관은 "형사단계에서는 조세포탈죄의 양형기준체계를 개선하고, 미수범 처벌 규정을 도입하는 방안과 조세범죄에 대한 자격정지형 및 사회봉사.수강명령을 부과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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