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김 전 총리에게 김 장관이 준비가 되는 대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할 예정"이라며 "대통령 조문은 이것으로 갈음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예우를 갖춰서 애도를 표하라"는 뜻도 전달했다.
실제로 김부겸 장관은 이날 오후 1시25분쯤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김 전 총리 영전에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김 장관은 훈장을 추서한 뒤 기자들과 만나 "(훈장 추서에) 반대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의 의전 절차와 관례에 따라 총리를 지낸 분들에게 무궁화장을 추서를 했던 것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를 책임졌던 국무총리로서의 역할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노고에 감사를 표해왔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조문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께서 유족들에게 정중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라고 하셨다. 유족들에게 최대한 예우를 갖추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전 총리가 생전 5·16 군사쿠데타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훈장 추서에 대한 적절성 논란도 일었다.
앞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유신체제와 5·16 쿠데타에 대한 평가가 있고 그 평가 속에서 고인의 정치적 인생에 대한 판단은 (애도와) 별개의 문제"라고 훈장 추서를 반대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김 전 총리 조문과 관련해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러시아 국빈 방문에서 돌아왔을 때만해도 문 대통령의 조문이 검토됐지만, 여권과 정부 내 의견 등을 수렴한 뒤 훈장 추서로 대신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통령 취임 이후 정치권 인사의 조문을 간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김 전 총리의 부인 박영옥씨가 별세했을 때 빈소를 찾아가 위로한 적은 있다.
하지만 김 전 총리와는 정치활동 시기는 물론 정치 철학면에서도 접점을 찾기 어렵다.
특히 김 전 총리는 문 대통령을 향해 날선 비판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언론 인터뷰에서는 "문재인은 이름 그대로 문제"라고 언급했고, 지난해 대선 직전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같은 얼굴은 대통령 될 수가 없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문 대통령 역시 김 전 총리에 대한 껄끄러운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펴낸 대담 에세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에서 "(김 전 총리는) 정말 많은 문제를 가슴에 품고 고뇌하고 있는 제 모습을 정확하게 본 노련하고 노회한 은퇴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치는 흐르는 물과 같다. 고인 물은 흐르지 않고 썩는다. 김 전 총리는 오래 전 고인 물로, 옛 정치인들은 이제 원로 반열에 올라가고 후진한테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뼈있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