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대세에 유일한 대졸' LG 이정용의 책임감

'저는 잘 해야만 합니다' 동아대 우완 이정용이 25일 '2019 KBO 신인 1차 지명' 행사에서 LG의 지명을 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노컷뉴스)
'2019 KBO 신인 1차 지명' 행사가 열린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내년 KBO 리그를 주름잡을 10명의 대형 신인들이 연고 구단의 지명을 받고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 KBO 리그의 대세인 고졸 신인이 주를 이룬 가운데 대졸 신인은 단 1명이 지명을 받았다. 바로 LG의 1차 지명을 받은 우완 이정용(22)이었다.

성남고-동아대 출신의 이정용은 이날 유일한 90년대생(1996년)이었다. 나머지 9명의 신인은 모두 2000년생, 즉 밀레니엄 세대였다.

프로에 조기 진출하는 것이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취득 등에 유리한 만큼 KBO 리그는고졸 신인이 대세다. 2006년 류현진(당시 한화), 2007년 김광현(SK) 등 대형 고졸 신인이 리그를 주름잡으면서 이런 양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때문에 대학 야구는 좋은 선수들을 받지 못해 예전의 영광을 잃은 지 오래다.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대학 선수가 단 1명도 뽑히지 않은 상황이다. 아마추어 야구에 대한 예우가 사라진 현실에 대학 지도자들이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정용이 대학 야구의 자존심을 세운 것이다. 이정용은 성남고 당시는 내야수였지만 2학년 때부터 투수로 전향했다. 이후 동아대 에이스로 활약하며 LG의 눈도장을 받았다.

김동수 LG 스카우트 총괄은 이정용을 지명하면서 "내년 즉시전력감이고 대학에서 최고의 공을 던지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정용은 "대학에도 겨우 올 정도로 고교 때는 그저 그런 선수였다"면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서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에 올랐다"고 감격적인 소감을 밝혔다.

186cm, 85kg 체격의 이정용은 올해 대학 리그에서 5승3패 평균자책점(ERA) 2.11을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이 1할3푼5리에 불과하고 47이닝 동안 피홈런이 1개뿐이다. 최고 구속이 150km를 상회하고 제구도 안정됐다는 평가다.

이정용은 자신의 장점으로 "대졸다운 성숙함이 있고, 직구 스피드와 컨트롤에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긍정적 성격이라 위기에서 두렵지 않고, 투수를 길게 하지 않아 팔도 싱싱하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나보다 어린 선수들이 프로에서 잘 던지는 것을 보면 LG 마운드에서 큰 힘이 될 수 있게 하겠다"면서 "인성이 바르고 겸손한 선수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야구 인생부터 대기만성이다. 이정용은 "고교 입학 당시는 170cm도 되지 않았다"면서 "그러다 고 2 때 10cm 이상 자라면서 투수로 전향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때도 4~5cm 정도 컸다"면서 "대학 4년 동안 잘 던져서 이렇게 큰 것 같다"고 강조했다.

대졸 신인에 대한 책임감도 남다르다. 이정용은 "대학 동기들의 프로 입단이 쉽지 않은 것 같다"면서 "그래서 내가 더 잘 해야 한다"고 이를 앙다물었다. 본인이 잘 해야 대졸 신인들의 프로 진출이 용이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롤 모델도 오승환(토론토)이다. 역시 대졸 신인이다. 오승환은 2005년 2차 1순위로 삼성에 입단해 61경기 10승 1패 16세이브 11홀드 ERA 1.18로 신인왕에 올랐다. 이후 통산 277세이브를 거두는 등 한국 최고의 마무리로 거듭났다. 이정용은 "승환이 형이 대졸 신인이기도 하지만 마운드에서 두려움 없이 승부하는 것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고졸 신인 시대에 내년 유일한 대졸 신인으로 프로에 입문하는 이정용. 과연 본인의 말대로 대졸 신인의 가치를 입증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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