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민도 한국 축구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승패를 떠난 지구촌 축구 축제를 즐겼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23일(한국시간) 한국과 멕시코의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2차전이 열리는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 경기 시작을 3시간여 앞둔 시점부터 팬들이 서서히 경기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한국은 약 900명 규모의 응원단이 경기장에서 태극전사를 응원할 예정이다. 멕시코 관중은 이보다 약 10배 많은 8600명이다. 그러나 이는 멕시코 국적을 가진 사람만 집계한 수치다. 미국 및 다른 국적을 취득한 멕시코인이 많기 때문에 더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을 전망이다.
실제 경기장 밖에는 녹색 물결이 붉은색을 압도했다. 붉은 티셔츠에 태극기를 두른 한국 팬들의 모습도 적잖이 보였지만 멕시코 관중에 비하면 턱없이 적었다.
이 가운데 붉은 티셔츠를 입고 한국을 응원하는 푸른 눈의 관중이 눈에 띄었다.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알렉산드라(24)씨는 한국인 남자친구와 함께 한국을 응원하기 위해 로스토프까지 넘어왔다. 한국어를 전공해 대화에도 능숙했고 '안샛별'이라는 한국 이름도 있었다.
알렉산드라씨는 "비행기는 너무 비싸고 티켓을 구할 수도 없다"면서 "어제 모스크바에서 버스를 타서 19시간 만에 로스토프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라씨의 조국인 러시아는 일찌감치 16강을 확정한 상황. 한국의 선전도 기대했다. 그는 "박지성과 손흥민을 알고 있다. 한국을 응원해주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누가 1등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치지 말고 재미있는 경기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스웨덴전부터 대표팀을 따라다니며 응원한 김빛나(33)씨는 "남편이 멕시코 사람이다. 당연히 멕시코가 이긴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웃으며 장난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부부가 함께 경기장을 찾았지만 김씨의 옆에서 남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남편은 지금 멕시코 응원단 쪽에 가 있다"며 "지금은 떨어져 있지만 경기는 옆자리에서 함께 본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어 "응원하러 온 국민들이 있으니 끝까지 힘냈으면 좋겠다"고 대표팀을 응원했다.
남편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도 전했다.
"여보, 오늘은 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