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숙소와 음식 등을 걸고 희비를 갈랐던 그는, 새로 팀을 꾸려 이제 여행 경로조차 개척되지 않은 험지를 탐험하게 한다. 첫 목적지는 심지어 사막이었다. 가장 덥고 건조한 곳에 멤버들을 데려갔다. 바로 다음 목적지는 완전히 반대였다. 가장 춥고 습한 곳이었다. "이건 익숙해질 수가 없는데?"라는 멤버들의 말은 농담이 아니다.
22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KBS미디어 심석 홀에서 KBS2 새 예능 프로그램 '거기가 어딘데??'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거기가 어딘데??'는 지진희, 차태현, 조세호, 배정남이 자연의 위대함을 직접 느끼는 탐험 예능이다.
지난 1일에 첫 방송됐고 8일에 2회가 방송됐다. 2018 러시아월드컵이 개막함에 따라 결방해 오늘(22일)이 3회째다. 1회(3.3%)보다 2회(3.5%)에서 조금 오르긴 했지만 시청률은 아직 3%대(모두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에 머무른다. 하지만 '거기가 어딘데??'는 지금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게 유호진 PD의 설명이다.
유 PD는 "각각의 이야기들은 완결성을 가지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3, 4, 5, 6부로 진행되면 회차와 회차 간의 대화가 나올 것이다. 3~4부에 탐험 내러티브가 나와서 시작이 좀 늦나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설명을 압축적으로 해서 본격적으로 시청자들을 유입하느냐 문제 같다. 어려운 건 지나갔다고 본다. 3부부터가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여행이 아니라 '탐험'을 내세우는 '거기가 어딘데??'만이 갖는 특성 중 하나가 바로 탐험지다. 오만의 사막과 유럽에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미개발지인 스코틀랜드 북부로 떠났다. 유 PD가 탐험지를 정할 때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무엇일까.
일단 이미 다녀온 두 곳에 한해서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사람이 전혀 없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게 첫 번째였다. 유 PD는 "자연 대 인간으로서 뭔가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을 가고 싶어서 가급적 인구가 희박한 곳으로 골랐다. 오만은 그런 곳이었다. 유럽은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져 있을 거로 생각하지만 스코틀랜드 북부는 탐험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학교 같은 곳"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자신의 여정을 자기가 책임지지 못한다면 굉장히 난감할 수 있는 그런 곳이면 좋겠다 싶었다. 가이드북에 루트가 없는 것들을 선호한다. 자체적으로 만든 루트 위에 연기자들을 위치시키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었다"고 말했다.
누가 봐도 고생길이 훤한 여정이다. 많은 것들이 불확실하고, 그래서 돌발 상황이 자주 벌어진 것도 사실이다. 배정남과 차태현은 건강 문제도 있었다. 유 PD는 "예상 범위 안의 증상들이긴 하지만 분명히 그들이 세운 목표에 장애가 되긴 한다. 탐험 갔던 사람들에게 탐험이 좌초되거나 부득이하게 포기하게 되는 얘기를 들었는데 상당 부분 건강, 기후 문제더라. 저희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제작진도 고되긴 마찬가지였다. 방송에도 나갔듯, 고열과 탈수로 실려 나가면 내일은 빠질 수 있나 하는 기대를 하며 꾀병 사태가 나타나고, 쓰러지면 안 찍을 수 있는 것 아니냐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유 PD는 설명했다. 하루 필요한 물의 양을 잘못 계산해서 물이 떨어지는 아찔한 일도 있었다고.
'거기가 어딘데??'는 어떻게 보나 편한 예능은 아니다. 무언가 꾸밈의 요소가 될 만한 것들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다큐멘터리스러운 분위기가 나오는 이유다. 유 PD는 "이 프로그램으로 전하고 싶은 게 어떤 대 소동극이라기보다는 그 장소 자체였기 때문이다. 굉장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사람 사이의 드라마나 사건이 아니다. 세상에는 이런 데가 있는데 여긴 이 정도의 가혹함이 있고 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가면 이렇다, 세상엔 이런 데도 있고 이렇게도 산다는 걸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다큐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 PD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토록 낯선 공간을 맞닥뜨렸을 때, 출연진이 어떤 것을 생각하고 느끼느냐 하는 것이다. 그는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고 느낀 게 있다면 그걸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서 다큐적으로 풀리는 것 같다"면서도 "다큐 만드는 분들에게 되게 죄송한 말이다. (저희가) 장기간 내러티브를 구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관찰이나 사유의 깊이가 다큐만큼 허용되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출연자들이 느끼고 본 바에 대해 최대한 사실을 보여드리려고 해서 사실에 집착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어쩌면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제안을 수락하고 기꺼이 탐험대원이 되어 준 멤버들에게 고마움도 전했다. 우선 차태현에 대해서는 "자연을 좋아하는 분이 아닌데 제일 고마운 건 '자연, 트래킹, 걷는 게 되게 좋은 것 같아', '이거 나랑 맞는 것 같은데'라는 말을 해 줬다는 점이다. 그의 변화가 가장 감사하다"고 전했다.
배정남에게는 '계산하지 않은 점'이 고맙다고 말했다. 유 PD에 따르면 배정남은 추우면 춥다, 더우면 덥다 말하고 형님들에게 깜짝 선물을 주기 위해 30㎏ 짐도 마다치 않고 지고 가는 사람이다. 유 PD는 "솔직한 욕망 가진 사람이라 자연과 부딪치는 상황을 가장 많이 만든다. 개성 있는 사고뭉치가 되어준 점이 너무 고맙다"고 전했다.
지진희를 두고는 아예 "그가 아니면 ('거기가 어딘데??'는) 성립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탐험이라는 행위에 호기심, 애착, 즐거움이 있어야 하는데, 지진희는 그런 사람이었다.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 스태프가 없을 때 가장 좋아했다고. 때로는 자연에 대한 지나친 도전정신이 스태프를 힘들게, 동료들을 버겁게 하기도 했지만 동물적인 판단력으로 중요한 결정을 해 결국 모든 것을 '해낼' 수 있게 이끌었다.
'거기가 어딘데??'가 방송되는 금요일 11시대는 방송사에서 가장 피 튀기는 경쟁이 일어나는 시간대다. 지난주 첫 방송된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48', 오랜 터줏대감 같은 MBC '나 혼자 산다'는 물론, 방송 내내 대단한 화제를 모았던 채널A '하트 시그널2'의 자리기 때문이다.
예상보다는 저조한 시청률에 관해 묻자 유 PD는 "저는 예상한 대로 나오지 않나 생각한다. 희망컨대 조금씩 좋아지면 좋겠다. (방송 시간대가) 현재 대한민국에서 제일 어려운 자리 아닌가"라며 "굉장히 붐비는 곳에 좌판을 벌인 것 같다. 겹치지 않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취향에 맞는 분들이 서서히 모여주시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구체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시청률이 있을까. 유 PD는 "금요일 밤 11시를 맡은 저로선 드릴 말씀이 없다. 잘 나와야 한다. 제 욕심만 말하면 되나? 행복회로 돌려도 되나? 막 14% 얘기해도 되나?"라고 해 주위를 폭소케 했다. 그의 바람은 '점진적인 상승'이다.
일단 10부작으로 시작한 '거기가 어딘데??'의 다음 발자국은 계속될까. 유 PD는 "평가와 시청률을 합산할 것 같다. 회사 입장에서도 프로그램 포트폴리오를 생각할 것이고. (시청률) 처참할 지경이 아니고 호평과 개성이 있다면 (다음 시즌으로) 갈 수도 있다. 저희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좋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시청률이 따라와 준다면 그다음도 기약할 수 있지 않나"라고 전했다.
KBS2 '거기가 어딘데??'는 오늘(22일) 오후 11시에 3회가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