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재원 사건' 덮나? 조직적 회피 의혹(종합)

'음주 뺑소니 외압 사건' 알려지자 담당검사 잠적
대변인 역할 차장검사도 1개월 장기 휴가 떠나
부장검사 "담당검사, 사건 보도되기 직전 휴가"

김재원 의원. 자료사진
자유한국당 김재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의 '음주 뺑소니 외압 사건'과 관련, 청탁을 들어준 것으로 전해진 담당검사 A 씨가 이 사건 동영상이 언론에 최초 보도되기 직전 돌연 휴가를 떠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일 오마이뉴스 등 언론은 김 의원이 김주수 경북 의성군수의 음주 뺑소니 사건에 대해 검찰에 외압을 행사해 사건을 축소했다고 직접 발언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번졌지만 A검사의 행방은 22일까지 묘연하다.

대전지방검찰청 민원실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전화통화에서 "A검사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외부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25일 업무에 복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과 소통창구 역할을 하는 공보담당 권정훈 차장검사 역시 "지난 20일부터 7월 20일까지 1개월간 장기휴가를 갔다"고 전했다.

사건 당사자와 공보 업무를 맡고 있는 차장검사가 사건이 불거진 직후 약속이나 한 듯이 사실상 잠적한 셈이다.


의도적인 언론 회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대전지검 고경순 형사제1부장검사는 "A검사가 보도되기 전인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휴가를 떠났다. 25일 업무에 복귀한다"고 해명했다.

고 부장검사는 권 차장검사와 관련해서는 "권 차장검사가 사직원을 내고 지난 20일부터 7월 20일까지 1개월간 남은 연가를 쓰고 있는 중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제의 영상은 2014년 3월 23일 김주수 당시 새누리당 의성군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찍혔다.

김 의원은 격려사 도중 "2005년에 김주수 차관께서 차관 그만두시고 쓸쓸한 마음에 낮술 한 잔 하고 교통사고를 냈다"며 "제가 검사 출신 아닙니까. 그 사건 담당검사한테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동 출신 여검사가 전화를 받았다. '우리 지역에 훌륭한 선배인데 좀 봐달라'고 했더니 (검사가) '우리 고향도 가까운데 벌금 세게 때리고 봐줄게요. 재판 안 받도록'이라고 했다. 그래서 벌금 받은 적 있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김 군수는 2005년 8월 경기도 화성시에서 음주 뺑소니 사건을 저질렀다.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콜농도 0.154% 상태로 운전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오던 차량과 정면충돌한 뒤 도주했다. 이 사건으로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A검사는 수원지방검찰청 초임 검사였다.

이번 사건으로 A검사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A검사 처벌 요구 청원이 10여 건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공소시효에 관계없이 담당검사에게 음주 뺑소니 사건 무마를 청탁한 김재원 의원과 청탁을 들어줘 벌금형으로 처벌 수위를 낮춰준 여검사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청원인은 "문제의 여검사는 아직 현직에 있다. 여검사 명단을 공개하고 철저히 조사하라"고 말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김재원 의원도 문제지만 이 전화에 호응한 검사도 문제가 크다. 실제 그 검사는 재판을 안받을 수 있는 약식명령청구를 했다. 한 번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표창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유전무죄 유권무죄 없애고 법앞의 평등 실현합시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현직에 있는 A검사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6년 대전지방변호사회가 실시한 검사평가에서 72명 중 최고점(98.9점)을 받아 다른 2명과 함께 우수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대전지방변호사회 측은 우수검사들에 대해 "수사와 공판 진행 시 사건을 충분히 파악한 상태에서 당사자의 의견을 잘 들어주고 수사결과를 자세히 설명해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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