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런 주장에 가려 그동안 공정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던 대기업과의 유착 의혹과 취업 특혜 등 내부의 적폐가 가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갑작스런 검찰 수사? "이미 예견된 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 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공정위가 대기업들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들을 부당 종결한 혐의와 공정위 간부들이 퇴직 후 취업이 금지된 기관에 특혜 취업한 혐의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런 검찰 수사에 공정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전 정부를 비롯해 그동안 이뤄진 공정위의 행태를 감안하면 "올 것이 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정위와 대기업의 유착 의혹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부실.봐주기 조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삼성SDI 주식매각 축소 사건 △ 원.달러 환율을 담합한 8개 면세점 솜방망이 처분 △ 4대강 담합 관련 8개 건설사 미고발 등이 대표적이다.
또, 공정위는 지난 2010~2017년까지 주식소유 및 채무보증 현황 등 신고자료 미제출이나 허위제출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대기업들을 제제하며 사실상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경고' 처분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고 이것이 전체의 95%에 달했다.
이번 검찰 수사 대상 가운데 하나도 이같은 자료제출 위반 사건에 대해 공정위가 법적 근거없이 자체 종결한 혐의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검찰'이라는 별칭이 부끄러울 정도로 오랫동안 대기업과의 유착 의혹이 불거졌지만 공정위는 현 정부들어 적폐청산의 대상에서 주체로 이미지를 180도 탈색했다.
그 배경에는 오랫동안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며 소액주주운동을 벌이는 등 재벌개혁에 앞장섰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있다.
'재벌 저승사자'라 불리는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대.중소기업간 부당거래 제제와 재벌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이끌며 국민적 지지를 받았고 그 결과 공정위의 위상 역시 높아졌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공정위 외부의 적폐청산에만 집중한 나머지 내부의 적폐청산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김 위원장의 친정인 시민.사회단체에서부터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는 지난 20일 논평을 내고 공정위의 과거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며 내부 개혁을 주문했다.
이들은 "주요 정부기관 중 유일하게 적폐청산을 위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 공정위"라며 "부당한 사건 종결과 불법 취업 등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와 관련자 처벌을 위한 조사기구를 하루빨리 출범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독점.담합.불공정거래행위 등의 주요 업무를 오직 공정위만이 전담하는 현재의 조직체계 역시 혁파되야 한다"며 조직 개편까지 요구했다.
이처럼 검찰 수사를 계기로 공정위 내부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지만 뜬금없이 공정위의 막강한 권한 가운데 하나인 전속고발권 폐지를 위한 기관간 힘겨루기가 이번 사안의 본질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속고발권은 일부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는 경우에만 검찰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고발권 남용으로 인한 기업의 경제활동 침해라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오히려 공정위의 대기업 봐주기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전속고발권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막강한 권한을 내려놔야 하는 공정위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이런 와중에 그동안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를 주장한 검찰이 공정위를 겨냥해 수사를 벌이자 전속고발권을 둘러싼 기관간 갈등이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진 상황.
이에대해 김 위원장이 22일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와 검찰수사는 별개"라며 선긋기에 나섰지만 정작 이를 연결짓고 있는 것은 공정위 내부라는 지적이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김종보 공정경쟁팀장은 "이번 검찰의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은 기관간 힘겨루기라기 보다는 공정위가 청산하지 못했던 과거의 위법 행위들에 대해서 수사가 개시된 것"이라며 "이러한 사태는 공정위가 스스로 초래한 것이므로 공정위는 지금이라도 신속히 내부의 자정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