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당할까봐 쓰러진 女 외면" 경복궁역 사건 반전

종편서 '오늘의 사진'으로 보도하자 반발 증언 쏟아져
쓰러진 여성도 고마움 표현 "뒷모습 사진 찍고 글 올려 불쾌"

논란이 된 경복궁 사건에 대해 목격자들의 전혀 다른 입장이 나왔다. 당사자도 이들에게 고마워하며 논란이 된 글과 보도에 불쾌한 심정을 내비쳤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여성이 쓰러진 응급상황에서도 남성들이 '펜스룰'를 내세우며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아 논란이 된 사건에 전혀 다른 증언이 나왔다.

당초 사건의 발단은 한 여성이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머리에 두통을 느끼고 쓰러져 다쳤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게시물 작성자는 "여자 분이 너무 아파서 눕지 못하니까 할머니가 여자 분을 눕혀주려고 했지만, 힘이 없어서 눕히지 못했다"며 "주변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에게 '니가 좀 해봐'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때 남학생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해당 남학생들은 "나 남자인데 어떡해? 미투 당할까 봐"라는 말을 하고는 쓰러진 여성을 도와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작성자는 "펜스룰 같은 얘기는 인터넷에서만 하는 말인줄 알았다"며 "실제로 다른 여자를 도와주다가 몸에 손이 닿았다고, 성추행범이 될까봐 보기만 하는 상황을 보니까 대한민국이 정말 이렇게 각박해졌다는 게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다친 여성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작성자는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 역무원은 빨강으로 얼굴을 가렸다고 밝혔다. 이 작성자는 억울한 상황이 생길까봐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고 한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문제는 일부 매체가 커뮤니티에서 올라온 내용을 고스란히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한 종편 채널에서는 오늘의 사진으로 소개하며 "각박한 세상이 되고 있다"고 질타를 하기도 했다.

보도된 사진에는 쓰러진 여성을 도와주는 역무원의 모습이 보이고 10여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당시 주변에 있던 남성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박 모씨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신고해주고 구급대원 올 때까지 옆에 있다가 구급대원 오고 (나서야) 지하철을 타고 갔는데 기사를 xxx써 놓았냐"며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한 둘 아니었는데 한 명도 신고 안하고 지켜보는 거 친구가 신고했는데 기사 보니 열 받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러는데 우리나라에서 무슨 착한 일을 해"라고 덧붙였다.

당시 신고를 한 조 모씨도 "빨리 가야 하는데 지하철 3개를 놓치고 구급차가 올 때까지 기다렸는데 기사를 (이렇게 썼다)"라며 억울해 했다.

논란이 일자 역에서 쓰러진 당사자까지 나와 문제의 상황을 설명했다.

심 모씨는 "그때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남학생이 신고해주고 구급대원분들이 오셔서 병원 갈 때까지 있어줬던 건 기억 난다"며 "일이 왜 이렇게까지 커진 건지 모르겠지만, 그때 고마웠다"고 밝혔다.

그는 "도와주신 분들에겐 정말정말 감사하고 도와주지 않으셨다고 해서 뭐라고 할 건 아니지만, 뒷모습이라도 이렇게 사진을 찍고 글을 올려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는 게 불쾌하다"며 "학생도 억울하고 기분 나쁠 거 같다, 신경 쓰지 말라, 그때 정말 고마웠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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