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점이 보이지 않던 '수사권 조정' 문제를 법무부 수장으로서 비교적 무난하게 처리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등 후속 검찰개혁 과정에서도 역할을 이어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르면 오는 25일 소폭 개각설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박 장관이 대상자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는 얘기가 회자되기도 했다.
청와대가 "정해진 바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는데도 여의도 정가에서는 자천타천 후보자의 이름도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법무부 고위관계자는 "(개각과) 장관은 상관이 없는 걸로 안다"며 "다만 여의도에서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지 이런저런 얘기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지난해 7월 '검찰 개혁'이라는 핵심 국정과제를 안고 취임했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 탈검찰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 내부 의견과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며 출발부터 갈등을 예고했다. 결국 지난 3월에는 수사권 조정 협상 테이블에서 검찰 입장이 배제됐다며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수사권 조정은 법무·검찰 입장에서는 '뜨거운 감자'로 꼽혀왔다.
변화한 수사 환경 속에 조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동의하지만, 법무·검찰 수장이 직접 나서서 수사지휘권이나 검사의 영장청구 제도 등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밀린 총수라는 불명예도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누구도 '총대'를 매기 꺼린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조정안을 도출하는 일종의 '산파' 역할로 나선 박 장관이 일단 해묵은 논쟁의 실타래를 풀고 방향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고 험난하다. 조정안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국회 협력이 필요하다. 입법 과정 등 후속 작업에서 법무부장관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박 장관을 둘러싼 과거 구설도 입지를 좁히는 상황이다.
결국 청와대가 "정부 차원에서 논의한 것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또 성추행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 이메일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가 입장을 바꾸고,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에도 방관한 것 아니냐는 등의 논란이 이어졌다.
다만 법무부 등 정부 내에서는 이번 수사권 조정안 도출 등을 평가하며 '이 정도면 잘 됐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검찰 간부는 "수사권 조정 논의와 관련해 장관이나 총장의 거취 문제가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며 "국회 입법 과정에서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고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