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해당 드라마 제작진과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10시 30분께부터 부산 서구에 있는 한 식당에서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 촬영이 있었다.
문제는 드라마 촬영이 마을 주민들에게 사전 협조를 구하는 과정 없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배우와 스태프 90여 명이 촬영 현장을 찾았고 촬영 장비와 차량이 좁은 도로 일부를 막았다.
갑작스러운 드라마 촬영 소식에 시민들이 촬영장으로 몰렸고 한밤중 동네가 소란스러워지자 일부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했다.
급기야 드라마 촬영 조명이 건너편 아파트를 비췄고 이에 놀란 주민이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발생했다.
아파트 입주민 A 씨는 "거실에 중증 치매 할머니가 계셨는데 강렬한 빛이 집안을 비춰 놀라 병원에 입원하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 B 씨는 촬영 현장을 구경하는 과정에서 촬영 스태프와 승강이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식당 내부 유리창을 부수는 등 소란이 빚어졌다.
이번 드라마 제작진이 주민들과 마찰을 빚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말 근대 수리 조선산업의 발상지이자 예술마을 형태로 조성되고 있는 부산 영도구 깡깡이마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촬영 차량과 장비들이 좁은 2차선 도로 일부를 막았고 마을 주민들과 조선소로 오가는 차량이 불편을 겪었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부산 영도구와 남포동 등 부산 원도심에서 70% 이상을 촬영하고 있다.
과거의 모습이 간직된 부산 원도심은 최근 영화인들과 드라마 제작사들에 인기 촬영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원도심 특성상 좁은 골목이 많아 통행이 불편하고 고령의 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나 영화가 촬영될 때 사전에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등 세심한 준비를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산 로케이션을 지원하는 부산영상위원회는 "제작사들에 (주민들의) 불편 방지를 위한 서약을 받고 있지만 다수 스태프에게 공유가 안 된 것 같다"며 "시민들 불편함이 없도록 촬영 전 지역민들과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계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드라마 제작진 관계자는 "대규모 촬영 같은 경우에는 주민들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지만 이번 촬영은 식당 내부에 한정된 촬영이었고 장소가 갑작스럽게 섭외돼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못했다"며 "남은 부산 촬영 기간에는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