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비니 야구단은 지난 2013년 5월 국내 최초로 사찰과 산하의 사회복지법인의 지원 속에 창단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석왕사와 사회복지법인 룸비니가 운영비를 보조하고 학부모들이 주체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룸비니는 부처가 태어난 네팔의 남동부 쪽 지명을 일컫는다.
현재 룸비니 야구단은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출신 강정민 감독이 4년째 이끌고 있다. 강 감독은 코치도 없이 홀로 15명 선수들을 인솔한다.
신생 구단으로 초창기에는 대회 예선 탈락이 일쑤였지만 최근 실력이 크게 늘었다. 지난 10일 장충유소년구장에서 끝난 국내 최대 규모 크린토피아배 전국유소년야구대회에서 당당히 3위에 올랐을 정도다.
전용구장까지 있는 다른 유소년 팀들과 달리 룸비니 야구단은 부천레포츠공원 운동장에서 훈련을 하는 상황이다. 일주일에 4회 두 시간씩 구슬땀을 흘린다. 열악한 상황이지만 선수들은 훈련이 끝나도 스스로 남아 손발을 맞추고 대회에서 지고 나서도 모이는 등 열정을 보이고 있다.
강 감독은 "서로 다독거리며 경쟁이 아닌 진정으로 야구를 즐긴다"고 말한다. 이어 "아이들이 겨울 동안 자발적으로 열심히 운동을 해서 실력이 많이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현재 초등학교 5, 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이 주축을 이루는 룸비니 야구단은 올해 초교 3학년과 5, 6학년 등 신입 부원 6명을 받았다.
그동안 룸비니 야구단 선수들의 야구 열정은 엘리트 선수들 못지 않았다. 초등생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뛰는 유소년 야구 출전 연령을 넘긴 선수들이 강 감독에게 부탁해 주니어 팀을 스스로 만들어 야구 열정을 이을 정도다. 주니어팀은 초교 6학년부터 고교 2학년까지로 매주 토요일 훈련한다.
선수들은 이런 상황을 모르고 대회 준비에 한창이다. 1번 타자 주전 유격수인 허정주(까치울초 6학년) 군은 "한화 이용규 선수를 좋아해 배번도 15번을 달았다"면서 "지난해부터 룸비니에 합류했는데 정말 재미있게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허 군의 아버지이자 야구단 학부모 회장인 허원진 씨는 "사실 올해 실력이 늘어서 엘리트 야구단으로 옮길까 했지만 아들이 형, 동생, 동료, 감독님이 너무 좋아서 계속 룸비니에서 야구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이어 "정말 순수하게 야구를 즐기는 아이들"이라면서 "때문에 해체 위기에 대한 얘기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강 감독은 야구 선배로서 아이들이 안쓰럽다. 제물포고 출신 강 감독은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에서 어렵게 선수 생활을 했다. 강 감독은 "내가 힘든 조건에서 야구를 했기에 더욱 아이들이 안쓰럽다"면서 "나도, 애들도 야구를 너무 좋아해서 이대로 팀이 없어진다면 정말 허무할 것 같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부천 유일의 유소년 팀인 만큼 시의 지원을 바라고는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강 감독은 "창단 당시 팀 이름에 부천을 넣으면 시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 룸비니로 창단이 되면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면서 "이름을 부천 유소년 야구단으로 바꿀 계획도 있지만 최근 시의 지원 여부를 알아보니 사설 야구단으로 분류돼 어렵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강 감독과 아이들의 열정에 한 달 수백만 원의 운영비를 학부모들이 충당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도 대회 출전비와 장비, 교통비 등을 학부모들이 부담하고 있다.
결국 시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야구계 관계자는 "구리나 등 다른 유소년 야구단은 전용구장 등 지자체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부천도 엘리트 쪽인 리틀 야구단에는 구장을 지원해주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시의 유일한 유소년 야구단이자 국내 유일의 종교단체 팀인 룸비니 야구단. 창단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제 막 결실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찾아온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