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퍼넬 BBC 라디오 및 교육 본부장은 "더 이상 라디오 청취자의 비율을 높이는데 집중하는 대신 스트리밍 음악과 팟캐스트를 선호하는 젊은 청취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이 19일(현지시간) 전했다.
퍼넬 본부장은 "젊은층이 BBC 지상파 TV나 BBC 앱 '아이플레이어(iPlayer)'보다 넷플릭스를 보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 BBC는 실제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이들은 라디오 방송보다 스포티파이를 통해 음악청취를 선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BBC가 노트북과 스마트폰으로 유료 스트리밍 콘텐츠를 구독하는데 익숙한 영국 젊은층에게 연간 150.50파운드(약 22만원)에 달하는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BBC는 상업광고 없이 모든 방송이 오직 수신료로만 운영된다. 우리의 KBS1 TV와 같다.
퍼넬 본부장은 최근 유럽방송연맹(EBU) 연설에서 "모든 사람들은 돈을 지불함으로써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돈을 지불하는 모든 사람들이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클래식 FM과 허트(Heart)를 소유하고 있는 글로벌(Golbal), 앱솔루트(Absolute)와 매직(Magic FM) 브랜드를 소유한 바우어(Bauer)와 같은 상업 미디어와의 치열한 경쟁은 단기적으로 승리하는 방송국이 나올 수 있지만, 결국 '우리 모두 전쟁에서 모든 것을 잃게될 것(while we all lost the war)'이라고 경고했다.
퍼넬은 "나눌 수 있는 파이의 크기가 얼마나 큰 지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전체 크기를 늘려야한다. 라디오와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야한다"고 역설했다.
고든 브라운 총리 시절 노동부장관을 지내기도 한 퍼넬은 영국 방송통신 규제 기관인 Ofcom을 향해 BBC 라디오에 할당된 장르 의무편성비율 폐지를 촉구했다. 대신 청취자의 선호도에 따라 방송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미디어를 상대로한 매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최근 영국 라디오 청취율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지만 더 이상 늘지 않는 고착상태에 빠져 있다. 반면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는 팟캐스트와 스트리밍 음악 시장은 더이상 자동차에서 라디오를 듣지 않는 젊은 세대의 유입이 늘고 있다.
영국 교통국의 '전국 여행 조사'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지난 18년 동안 운전면허증을 소지한 청소년층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소득정체 가속화로 값비싼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으면서 운전면허증 신규발급이 줄고 있는 것이다. 1995년 17~20세 사이 운전면허증을 보유한 비율이 43%였지만 2013년 31%로 급감했다. 성별로는 남성은 51 %에서 30%로, 여성은 36%에서 31%로 하락했다. 21~29세 청년층도 같은 기간 감소했다.
일부 팟캐스트 제작사들은 BBC의 독점적 지위 때문에 상업 팟캐스트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BBC의 광폭 행보는 전국 네트워크와 다양한 채널, 수준높은 콘텐츠, 수신료 기반의 무료화 정책과 맞물려 견고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퍼넬은 전통적인 텔레비전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의 이동이 "이미 전환점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BBC가 자사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인 '아이플레이어(iPlayer)' 현대화 등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에 회심의 반격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1927년 설립된 BBC 라디오는 5개 중앙 채널, 5개 디지털 채널, 1개의 국제채널, 잉글랜드 40개 지역채널, 웨일스/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 8개 지역채널 등 59개 라디오 채널을 비롯해 BBC 라디오 웹사이트와 통합 앱 아이플레이어 라디오(iPlayer Radio)를 운영하고 있다.
매일 2200만 명이 청취하는 BBC 라디오와 팟캐스트는 지난해 애플 카플레이(CarPlay)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용 '아이플레이어(iPlayer)' 앱을 출시해 자동차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