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실종된 강진 여고생, 야산 보다 개농장 수색해야"

'아빠 친구'의 동행, 단순 가출 가능성↓
야산 다녀와 세차·가족 피하고·자살까지
당일 행적 의심되는데…신병 미확보 아쉬워
개농장 주변 등 수색범위 확대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수상한 실종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금부터 조금 긴 얘기를 전해 드릴 텐데요. 잘 들으시고 이 사건의 실마리를 여러분, 같이 좀 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니까 지난 16일 전남 강진에 사는 1학년 여고생 A양이 외출을 했습니다. '아빠 친구가 아르바이트 자리를 소개해 준다고 해서 만나서 해남 쪽으로 간다.' 이렇게 친구에게 SNS 메시지를 남기고 집을 나섰는데요. 그 뒤로 나흘째 행방이 묘연합니다. 그렇다면 그 여고생의 엄마는 당연히 그 남성, 아빠 친구라는 남성을 찾아갔겠죠. 아이가 나간 날 바로 그 밤 11시경에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초인종 소리를 듣자마자 그 남성은 뒷문으로 혼비백산 도망을 갔습니다. 경찰이 출동을 했지만 남성을 찾지 못했고요. 그 남성은 그 새벽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이 됐습니다.

조사를 해 보니까 이 남성은 그날 차를 몰고 나가서 야산에 2시간가량 머물렀고요. 그 뒤에 집으로 돌아와서 내부 세차를 했는데 A양의 휴대폰 발신이 꺼진 곳도 바로 그 야산이랍니다. 지금 부모는 A양을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경찰도 수백 명 인력을 동원해서 인근을 샅샅이 뒤지고 있는데요. 어떤 단서도 못 잡고 있는 상태입니다. 함께 실마리를 좀 찾아가 보죠.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이 교수님, 안녕하세요?

◆ 이수정>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여러 가지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합니다만, 단순 가출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죠?


◆ 이수정> 네. 단순 가출로는 추정되기가 어려운 지점이 '아저씨와 아르바이트 때문에 간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누구와 동행을 한다는 사실이 명백히 기록에 남아 있기 때문에, 그냥 단순한 홀로 가출로 보기에는 그 내용과 사실 충돌을 합니다.

(사진=전남지방경찰청 제공)
◇ 김현정> 그럼 단순 가출 가능성은 일단 제외하고요. 그리고 나면 남는 가능성들 중에 제일 가능성이 높은 건 어떤 걸로 보시는 거예요?

◆ 이수정> 해남 방향이라고 했으니, 일정한 기간 동안 같이 동승을 하고 가다가 아이만 혼자 내렸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이는데요. 지금 그렇게 보기에는 김 씨의 행적이 매우 의심스러워 보입니다. 결국은 아이의 부모가, 아버지의 친구에 대해서 본인의 친구와 나눈 문자 얘기를 듣고는 그분을 찾아갔는데요. 그 와중에 아마 전화통화 같은 걸 한 것 같은데 '아이가 어떻게 됐느냐'고 묻자 '집에 내려줬다' 이렇게 얘기를 했다는 거예요. 그리고는 막상 실종된 아이의 엄마가 그 집에 도착을 하자 CCTV에 분명하게 (남성이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잡힌 장면은... 본인이 이 실종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면 뒷문으로 빠져나가야 될 이유가 없는 거죠.

◇ 김현정> 바로 그 부분이죠. 저도 그 부분이 제일 이상해요. 그 남성이 왜 혼비백산 도망을 갔는가? 그리고 야산에 다녀온 뒤에, 그 오후에 야산을 다녀온 뒤에 세차를 했다는 거예요. 차량 내부 세차를 하는 걸 목격했다는 사람이 나왔죠.

◆ 이수정> 그렇습니다. 세차하는 시간대가 한 5시경인데요. 그 전에 아마도 2시 넘어서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고, 그 다음에 아이의 핸드폰이 꺼진 시간이 4시 반경입니다. 그러면 그 2시간 반 사이에 무엇인가 어려운 일이 일어난 게 아닌가, 이렇게 예상을 하게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래요. 그런데 지금 좀 미심쩍은 게 뭐냐 하면. 경찰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된 것도 아니고 뭔가를 옥죄는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 남성이 도망을 가서 바로 그 밤에 몇 시간 뒤에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찔리는 게 있어서 도망을 갔다 치더라도, 그게 꼭 아주 끔찍한 일이 아니더라도 뭔가 숨기고 싶은 게 있어서 도망은 갈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로 목숨을 끊었다? 이것까지는 어떻게 봐야 되는 걸까요?

◆ 이수정> 정황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보이는 것이, 사업이 잘 안 돼가지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보통 그러한 종류의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본인의 절망적인 상태를 보통 알리거든요.

◇ 김현정> 우울증 때문에, 우울증 때문에 이게 자살을 한 거라면 분명히 그 전에 다른 시그널들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씀이에요.

◆ 이수정>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서 모르기가 어렵습니다. 조사를 해 보면 이 사람이 자살한 동기가 상당 부분 이 실종과 상당히 연관된 갑작스러운 그런 선택이었다, 입증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요. 그러면 지금 우리가 궁금하게 여기는 것은, 엄마가 경찰에 간 시간이 12시 좀 넘어서인데, 그 신고를 받은 이후에 오전 6시 반에 발견이 됐거든요.

◇ 김현정> 남성이 숨진 채로.

◆ 이수정> 빨리 나가서 신병을 조금 더 일찍 확보를 했다면 이 사람의 자살도 막을 수가 있었고. 그리고 이 없어진 아이가 어떻게 된 건지, 범죄 피해자가 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이 아이의 행적을 아는 데도 좀 더 도움이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 남성이 원래 앓던 우울증이 있거나 평소에 자살과 관련한 시그널이 있던 사람이 아니라면, 이번 이 여고생 실종과 관련된 죽음이 아닌가?'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거 하나 지금 말씀하셨고. 또 하나는 경찰이 1시 15분쯤에 자택으로 출동은 했어요. 그러니까 엄마가 신고한 게 밤 12시 58분이고요. 오전 1시 15분에 김 씨의 집으로 출동을 했으니까 출동 자체가 그렇게 느렸던 건 아닌데 그다음에 왜 빨리, 조금 더 빨리 신병 확보를 못 했을까. 이 남성을 추적하지 못했을까. 이 부분이 아쉽다는 말씀이죠?

◆ 이수정>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아주 적극적으로 찾았으면 이 남성을 못 찾을 수 없었던 게 뭐냐 하면, 이 남성이 발견된 곳이 멀리가 아니라 집 인근 공사장이에요. 조금만 수색했으면 찾을 수도 있었어요. 어쨌든 경찰은 여고생의 핸드폰이 멈춘 곳, 또 그 남성의 차가 2시간가량 머물렀었던 야산 인근을 샅샅이 뒤지고 있습니다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답니다. 교수님, 어떻게 풀어야 돼요, 이걸?

◆ 이수정> 그런데 차량을 내부 세차를 한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무슨 일인지 일어났으면 아마 차량 내부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보이고요. 야산을 도보로 걸어서 산 안에 들어갔다가 나오기까지에 걸리는 시간치고는 2시간은 좀 짧은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사실은 듭니다. 그러다 보니까 지금 이분이 개 농장을 하셨다고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분이 운영하시던 사업체 주변 인근 지역도 지금 가능성이 완전히 없지는 않을 것 같아서요. 만에 하나 우리가 걱정하는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그럼 수색을 해야 하는 장소도 조금 다양한 방식을 적용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겠습니다.

◇ 김현정> 야산에 그 차가 머물렀던 시간이 2시간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여고생의 전화가 휴대폰 발신이 끊긴 지역도 그 야산입니다. 따라서 경찰이 그 야산을 중심으로 지금 수색을 하고 있지만 '거기만 볼 것이 아니다. 2시간이라는 시간은 상당히 짧다. 따라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을 하면서 수색에 나서야 된다.' 이 말씀이시군요?

뒷문으로 달아나는 강진 실종 여고생 '아빠 친구' (사진=전남지방경찰청 제공)
◆ 이수정> 그렇습니다.

◇ 김현정> 강진 여고생 실종사건. 지금 경찰뿐 아니라 지역민들까지 나서서 애타게 찾고 있어서요. 저희가 오늘 같이 좀 실마리를 풀어보자. 방송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영화처럼 정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이 소녀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소망해 봐야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수정> 감사합니다.

◇ 김현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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