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레터] 고개 떨군 김민우, 이제는 털어내야 할 '마음의 짐'

박주호, 부상으로 잔여 경기 출전 불가
박주호 공백 채울 김민우 정신력 회복해야

손흥민이 지난 18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스웨덴과 경기 이후 페널티킥을 내주는 파울을 범한 김민우를 위로하는 모습. (니즈니노브고로드=박종민 기자)
김민우에게 지우고 싶은 날을 꼽으라면 단연 스웨덴전일 것이다.

김민우는 지난 18일(한국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웨덴과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1차전에서 페널티킥의 내주는 반칙을 범했다. 결국 이 파울은 실점으로 이어졌고 한국은 0대1로 패했다.


당초 김민우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전반 28분 선발 출전한 박주호가 갑작스럽게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급하게 경기에 투입됐다.

몸을 제대로 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월드컵 데뷔전을 치르게 된 것이다.

악몽은 후반 20분에 찾아왔다. 김민우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빅토르 클라손의 슛을 막기 위해 태클을 했다. 최초 호엘 아길라르 주심은 김민우의 행동을 정당한 태클로 보고 파울을 선언하지 않았다.

하지만 판정은 번복됐다. 아길라르 주심은 비디오판독 끝에 김민우의 파울을 지적하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안드레아스 크란크비스트 슛이 들어가는 순간 김민우는 고개를 떨궜다.

김민우는 경기 종료 이후에도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자신 때문에 팀이 경기에서 패했다는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했다. 김민우는 "개인적으로 경기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다.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판단 미스로 인해 안 좋은 결과를 맞이해 힘들다. 선수들과 감독님, 코칭스태프 모두에게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마치 죄인이 된 듯 기가 죽은 김민우. 선수들은 힘들어할 동료를 위로했다.

손흥민은 "(김)민우 형이 실수하려고 그런 것이 아니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다 나온 장면이다"라며 "사람은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다. 기죽은 모습보다 운동장에서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같은 선수로서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함께 수비라인을 구축했던 김영권도 김민우를 감쌌다. 그는 "페널티킥은 김민우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다. 그 전에 동료들이 조금 더 집중했다면 그런 상황이 오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가장 힘들어할 사람은 김민우 자신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을 수만은 없다. 박주호는 허벅지 근육 파열로 나머지 경기에 나설 수 없다. 김민우는 지난 일을 빨리 털어내고 박주호의 공백을 채울 준비에 나서야 한다.

다음 상대는 챔피언 독일을 꺾은 멕시코다. 경기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힘들어할 시간에 경기 준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악몽을 꾼 김민우. 아직 월드컵은 끝나지 않았다. 빨리 마음의 짐을 털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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